사회복지법인 ‘들꽃마을’을 창설해 20년 넘게 소외된 이들을 돌보고 있는 최영배(세례명 비오·사진) 신부가 최근 단상집 『빈 그릇』(아트블루)을 출간했다. 1만 5000여 명에 달하는 들꽃마을 후원회원에게 보냈던 70편의 기도를 엮은 책이다. 제목처럼 최 신부의 기도는 비움을 향한다. ”세상 사람들은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일을 가지고 고민을 하고 시간과 정열을 낭비한다. 정작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 사랑하는 것 뿐인데….” 그래서 그의 기도는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청량제가 된다.
최 신부는 머리말에서 “들꽃마을의 아름답고 가난한 사람들과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인생의 지혜를 배웠다. 이들은 더 이상 선택하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것들을 있는 그대로 불평 없이 받아들인다. 여기에서 순명과 역할의 소중함을 배웠다”고 말한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랑과 포용의 빗줄기에 가슴이 젖는다.
백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