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천안한방병원 치매 예방·치료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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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대천안한방병원 안택원(오른쪽) 병원장과 배나영 교수가 최근 개발한 치매 예방치료제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치매에 대한 완전한 치료가 가능할까? 가끔 의학계에선 치매 관련 약품 개발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대부분이 근본적인 치료가 아닌 완화, 지연작용을 하는 약물이다. 대전대천안한방병원에서 최근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신약을 개발했다고 한다.

글·사진=김정규 기자

대전대천안한방병원(병원장 안택원)이 최근 파킨슨병과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약효가 뛰어난데다 안정성까지 입증됐다고 했다.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퇴행성 뇌질환센터는 한국과학기술원(KIST) 천연물소재 연구센터 양현옥 책임연구원(KIST 강릉분원 분원장),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체질의학본부(김종열 본부장)와 함께 5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인 청명산과 예방제인 디노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병원은 개발한 신약을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뇌경색, 뇌출혈, 치매, 진전, 파킨슨병, 중풍전조증 등 환자 203명에게 처방한 결과, 약효가 뛰어나고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안택원 병원장은 “새로 개발된 청명산과 디노필은 100여 년 전 이제마선생이 창시한 민족의학인 동의수세보원에 기재된 열다한소탕(熱多寒少湯)을 다려 마시는 방식이 아닌 알약형태로 제형을 변화시킨 약”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전문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엔써노파마콜로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 학술지는 세계 각국에서 계승되고 있는 민족의학 및 약물처방의 약리기전과 유효성을 연구해 발표하는 보완대체의학 전문 학술지다.

 이번 연구논문 게재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새 장을 열고 최초로 한국 사상의학 한의학서에 기재된 처방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소재 연구센터에서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천연물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된 신약은 유럽, 중국, 일본에서도 특허출원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향후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미래 5대 주력산업의 하나로 한국 한의학을 활용한 천연물 신약개발을 선정했는데 이번 신약은 벌써부터 제약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약개발을 주도한 배나영 교수(대전대 천안한방병원 퇴행성 뇌질환센터)는 올해 5월 노르웨이 국립 보완대체의학 연구소(NAFKAM)에서 개최하는 ICCMR(International Congress on Complementary Medicine Research)대회에서 전세계 보완대체의학자들을 대상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은 안택원 병원장과의 일문일답.

-일반 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인가.

 “신약 개발 이후 절차를 KIST에서 진행중이다. 제약회사 등과 협의중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 공식적인 내용은 추후 발표될 것이다.”

-기존 치매 관련 약품과 어떤 점이 다른가.

 “치매, 파킨슨병을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에 대해 현재까지의 치료제는 증상완화 혹은 증상지연의 효과일 뿐 퇴행성 뇌질환의 원인인 뇌세포 사멸에 대한 보호 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까지도 퇴행성 뇌질환을 비롯한 각종 뇌질환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2006년 네이처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세포에 돌연변이 된 단백질 응고체가 쌓이면서 독성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를 제거하는 기전으로 자가포식작용의 효과가 발표되면서 치료제로서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한방제제는 이러한 자가포식작용을 촉진해 뇌세포안에 쌓여있는 이상단백질을 제거함으로써 뇌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효과가 확인됐다. 또한 파킨슨병 모델에서 자가포식작용 뿐만 아니라 흑질세포의 보호를 통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함으로써 행동장애가 개선되었다는 것을 동물실험 결과 확인했다.”

- 특별히 어려웠던 점은.

 “개발보다는 처방의 문제에 있어서 현행법상 한방제제를 기반으로 한 천연물 신약의 경우, 한의사가 참여해 한방의 원리에 따라 개발됐다 하더라도 천연물신약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전문의약품으로 취급돼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고 오직 양방의사만이 처방하도록 돼있다.(양약 처방 최고 수준인 스티렌정의 경우, 애엽에서 추출한 천연물 신약이며, 관절치료제인 조인스정도 한약 4가지가 배합된 천연물이지만 양방병원에서만 처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한의사들 내부에서는 힘들게 연구해 좋은 약물을 개발해도 한의사들이 쓸 수 없기 때문에 연구개발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있다. 극단적인 경우 역적 취급을 받기도 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소중한 한의학 DB를 활용한 신약의 개발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치매 환자 가족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불치병이라기보다는 고혈압, 당뇨병처럼 평상시에 꾸준히 관리해 나가야 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환자분들은 질병의 기전과 진행과정을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본인의 질병을 잘 이해하고 올바른 관리법을 숙지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평상시에 조금만 운동하고 관리해도 좋아질 증상을 약에만 의존, 악화돼 오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봤다. 약물 처방뿐만 아니라 질병관리법을 배우는 것도 퇴행성 뇌질환 환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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