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곳 또 영업정지 … 저축은행 오늘이 고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부산 덕천동 부산2저축은행 본점 앞에서 20일 예금주들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 [부산=뉴시스]


저축은행 위기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부실이 심한 곳에 몰려든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때문이다. 17일 두 곳에 이어 19일 네 곳이 추가로 영업정지를 당했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임시회의를 열고 예금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부산2·중앙부산·전주·보해 등 4개 저축은행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들 은행은 어음·대출의 만기연장 등을 제외한 모든 영업을 할 수 없다.

 이들 중 부산2·중앙부산·전주 등 3개 은행은 17일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대전 저축은행과 같은 부산저축은행 계열이다. 예금자들이 불안해하면서 17~18일 이틀 동안 모두 4200억원에 달하는 예금이 빠져나갔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유동성에 저축은행중앙회 예탁금, 긴급지원자금까지 동원했으나 수천 명씩 몰려든 고객 앞에선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5개가 모두 영업정지를 당했다. 보해저축은행도 17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뒤 예금 인출이 잇따랐다.

 이들 은행 예금자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리금 기준으로 1인당 5000만원까지의 예금은 전액 보호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 달 4일부터 1인당 1500만원 한도로 가지급금을 내줄 예정이다.

 당국은 저축은행이 문을 여는 21일 고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예금 인출이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몇 개 은행에 집중됐고 규모도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 때보다 훨씬 적다”며 “BIS 비율이 5%를 넘어선 94개 저축은행의 예금은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 이들 가운데 영업정지를 당할 곳이 없다는 점을 재강조하며 “나머지 11곳 중 이미 영업정지된 7곳을 제외한 4곳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민·우리·새누리·예쓰 등 4곳이 BIS 비율 5% 미만이지만 모두 사연(?)이 있다. 예쓰저축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설립한 가교 저축은행이어서 부실화나 영업정지 걱정이 아예 없다. 우리·새누리 저축은행은 BIS 비율로 부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곳들이다. 이들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공적자금 대신 예보의 장기대여금을 지원받았다. 한화그룹 계열인 새누리저축은행 관계자는 “지원금 성격의 장기대여금이 부채로 분류돼 BIS가 낮게 나오지만 이를 뺀 실제 BIS 비율은 19.28%에 이른다” 고 설명했다. 도민저축은행 역시 자산 규모가 3000억원으로 비교적 작은 데다 인출사태가 나타나지 않았고 다음 달 증자 등이 정상적으로 추진돼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시각이다. 권혁세 금융위 부위원장은 “문제가 발생할 만한 곳들에 대한 조치가 일단락돼 시장이 빠르게 정상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