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억제 가능할까] 채권안정기금 추가 확보가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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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금리를 누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면서 금리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채권안정기금은 지난 24일 매수자금을 거의 바닥내면서 2조2천억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인데 이어 25일에도 1천5백억원어치를 사들여 금리상승의 고삐는 잡고 있다.

자금시장에서는 채안기금이 손을 놓게 될 경우 회사채 금리가 11%대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하며 채안기금의 추가 '실탄' 확보가 금리상승 억제의 열쇠라고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은행 등이 추가출자에 강하게 반발하는 등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회사채 금리가 올 연말 안에 두자릿수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채안기금은 25일까지 은행.보험사로부터 우선 5조원을 하루짜리 콜자금으로 받기로 했으나 은행들이 협조하지 않아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안기금 관계자는 "하루 이틀 미루는 금융기관들이 있다" 고 한 뒤 "어쨌든 약속대로 오는 29일까지는 갖고 있는 채권 5조원어치를 모두 금융기관에 넘겨 출자를 받을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단기 수신을 받는 가운데 채안기금으로부터 장기채권을 떠안으면 자산의 기간 불일치(미스 매칭)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다시 팔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결국 채권의 자리바꿈만 일어나 채안기금을 통한 금리상승 억제가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보유하는 채권을 다시 내놓을 수밖에 없고 인플레를 우려하는 한국은행이 이를 받아줄 수도 없어 금리는 10%를 넘을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삼성생명 금융연구소 김진영 팀장은 "은행이 채안기금에 더 자금을 대기 어려운데다 증시상황이 나쁘지 않아 정부가 억지로 금리를 낮출 명분이 없어 연말 안에 회사채 금리가 10%선을 넘어설 것" 이라고 내다봤다.

현대투신운용의 이명규 팀장도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면 연말까지는 9%대를 지켜내겠지만 채안기금 출연에 어려움이 생기면 10%를 넘어갈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한 채권 딜러는 "채안기금의 채권매수도 언발에 오줌누기" 라며 "내년 2월 대우채 편입 채권의 가격이 95%로 오르면 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 이라고 말했다.

ING베어링 관계자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연말 Y2K문제로 채권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금리는 당분간 더 오를 것으로 본다" 며 "하지만 내년 금리는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한편 금융계에선 금리를 잡기위해선 ▶원화절상을 허용해 수입물가를 낮추고 수출로 인한 경기상승을 억제하고 ▶새로운 채권개발 등 다양한 채권매수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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