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 승차’ 꼼수 쓰지 말고 노래해 봐, Why no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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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정규 3집 앨범 ‘왓 더 펑크?(What the funk?)’를 발매한 밴드 와이낫. 13년 전 데뷔 초기의 펑크록으로 돌아왔다. 왼쪽부터 현우(베이스)·손말리(드럼)·주몽(리더·보컬)·김대우(기타). [변선구 기자]


수상쩍은 이름부터 풀어본다. 4인조 밴드 와이낫. 영어론 ‘ynot?’이라 표기하지만, 실제론 ‘Why not?’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왜 안 돼? 안 될 것 없잖아”란 속뜻을 감추고 있다. 실제 이들은 제 이름이 지향하는 대로 올곧게 음악을 빚어왔다. 1998년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밴드를 꾸려 올해로 13년차에 이른다. 홍대 둘레 인디밴드 사이에선 ‘형님 밴드’로 통할 만한 경력이다. 주몽(39·보컬)·김대우(37·기타)·손말리(34·드럼)·현우(29·베이스). 네 명의 멤버는 ‘왜 안 돼?’ 정신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이 17일 정규 3집 앨범 ‘왓 더 펑크(What the funk)?’를 발매했다. 데뷔 초기의 펑키한 리듬과 멜로디로 돌아왔다. 타이틀곡이자 첫 번째 트랙인 ‘리빙 인 투데이(Livin’ in Today)’부터 펑크록의 강렬한 기타·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몰아친다.

 “맨 처음 밴드를 꾸렸을 때 ‘어떤 장르면 어때. 신나면 그뿐이지’란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이번 앨범에선 데뷔 초기의 펑키한 느낌을 살리려고 애썼습니다. 어쩌면 처음 자리로 되돌아 온 것일 수도 있지만, 십 수년 간 많이 성장했으니까 음악은 더 깊어졌겠죠.”(주몽)

 그의 말마따나 이번 앨범은 ‘형님 밴드’다운 파격적인 음악으로 바글거린다. 이를테면 여섯 번째 트랙 ‘리듬은 세상이 되고’는 17개의 타악기와 보컬로만 구성된 곡이다. 꽹과리부터 젬베·콩가·까혼 등 쿠바·아프리카 타악기까지 두루 편성됐다. 꽹과리를 제외한 모든 악기를 드러머 손말리가 소화했다.

  “악기를 하나씩 연주한 다음 음을 모두 포갰어요. 타악기만으로도 보컬을 아름답게 뒷받침할 수 있는 음악이 나온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말리)

 사실 이번 앨범은 발매 예정일을 6개월 남짓 넘기고서야 얼굴을 내밀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표절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초 아이돌 그룹 씨엔블루의 히트곡 ‘외톨이야’가 와이낫의 ‘파랑새’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곡을 쓴 리더 주몽은 즉각 ‘외톨이야’의 공동 작곡자 김도훈·이상훈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이다.

 “표절 논란을 겪으면서 정서적으로 피폐해지다 보니 곡 작업이 미뤄졌어요. 소송의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이 정도는 베껴도 괜찮겠지’란 말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주몽)

 이번 앨범에는 표절 시비를 비판한 곡도 실렸다. 열 번째 트랙 ‘무임 승차’다. 노랫말은 이렇다. ‘프리 라이드(Free ride) 다른 이가 닦아 놓은 길에 모른 듯이 올라타네 …’ 이들은 최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수 겸 작곡가 박진영씨의 표절 논란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했다.

 “가요계에 표절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한 것 같아요. 실제 표절 판결이 나더라도 표절한 곡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의 극히 일부만 물어주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주몽)

 데뷔 13년차의 ‘형님 밴드’와이낫은 자신들이 운영중인 라이브클럽 ‘타’에서 정기적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들이 비교적 생명력이 긴 밴드로 자리잡은 이유다.

 “부와 명예는 없지만 음악을 신나게 즐기니까 오랫동안 음악을 함께할 수 있는 것 같다”(대우)고 했다. ‘무임 승차’란 꼼수를 쓰지 않아도 이들의 음악은 십 수년째 대중의 마음을 훔쳐왔다. 그래, 와이낫에게 음악이란 ‘왜 안 돼?’란 옹골찬 도전정신이다.

글=정강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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