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TK·PK도 혈투 … “어느 한쪽은 큰 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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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유치 경쟁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을 넘어 정치권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신공항 입지 선정을 놓고 한나라당 대구·경북(TK), 부산·경남(PK)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신공항 후보 지역 중 ‘경남 밀양’을 지지하는 한나라당 TK 지역 국회의원 11명은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면담했다. 임 실장을 면담한 의원들은 대구 지역 유승민·박종근·이해봉·이한구·서상기 의원 등과 경북 지역의 이인기·이병석 의원 등이다. 이들은 면담에서 한목소리로 “대통령과 정부는 3월 중에 입지를 결정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 입지 결정이 또 연기된다면 정치적 혼란과 민심 이반, 지역 분열이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정부의 입지 결정 이후엔 영남권 5개 광역 지자체가 모두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임 실장은 “정부가 결정한 날짜가 더 이상 지연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리겠다. 이대로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답변했다고 참석 의원들은 전했다. TK 지역 의원들은 조만간 국무총리실·국토해양부 등을 찾아가 신속한 입지 결정을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과 경남 남부 지역 의원들은 “평가기준 자체가 불공정하다면 승복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박민식 의원)라며 반발하고 있다. PK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허태열·현기환·김정훈 등 부산 지역 의원 17명도 이 지역의 입장을 정리한 문건을 10일 청와대와 총리실·국토해양부에 접수했다. 김정훈(부산 남갑) 의원은 “ 인천공항 입지를 정했을 때처럼 공정하고 투명한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소속 의원들 간에 ‘편가르기’ 조짐이 일자 김무성 원내대표는 최근 “어느 쪽으로 결정돼도 한쪽은 큰 타격”이라며 “각 지역의 유치 결의대회 등에 국회의원들은 참석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었다. 그러나 10일 청와대에 접수한 부산 의원들의 ‘연판장’에는 김 원내대표의 도장도 찍혀 있었다고 한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보좌진이 잘 모르고 찍어 준 것 같다”고 말했지만 원내대표로서의 공정성에는 흠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과거에도 낙동강 수질 관리와 부산의 진주 남강댐 물 식수 사용 문제를 두고 TK·PK 지역이 혈투를 벌인 적이 있는데, 그때와 양상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승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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