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폭죽유감(爆竹有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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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설 춘제(春節)을 생각하면 폭죽(爆竹)을 빼 놓을 수 없다. 폭죽은 춘절 전야(除夕)부터 대보름인 웬샤오제(元宵節)까지 15일간 이어진다. 중국 전역에는 전쟁터와 같이 밤낮없이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는 이 때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 하늘은 화약연기로 가득 차 공기도 좋지 않다. 그러나 중국 사람들은 즐겁다. 이렇게 폭죽을 터뜨림으로 해서 한 해가 잘 되리라는 액막이의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귀신을 싫어한다. 특히 니엔(年)이라는 귀신은 만가지 재앙을 가져온다 하여 쫓아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니엔(年)이 싫어하는 사자 얼굴을 만들어 사자 춤을 추거나 닭이나 호랑이 그림으로 니엔(年)을 쫓아내고자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확실한 방법은 니엔(年)이 깜짝 놀랠 소리를 만들어 니엔(年)이 혼비백산으로 도망가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에는 대나무에 불을 붙여 그 터지는 소리로 니엔(年)을 쫓아냈다. 그것이 바로 폭죽(爆竹)의 시작이다.

그 후 화약이 발명되고부터는 화약을 이용하여 더 크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본래 소리를 만들기 위해 화약을 터뜨렸는데 이것이 유럽 등으로 전파되면서 사람들은 소리보다 불꽃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중국의 폭죽이 유럽에서는 불꽃놀이(fireworks)로 일본에서는 하나비(花火)로 부르게 되었다.

2009년 2월 베이징(北京)의 중앙티비(CCTV) 신축 공사장 화재는 다행히 세계적인 건축 작품인 본사건물은 무사했지만 만다린 호텔과 문화센터가 입주 예정이었던 44층의 부속건물이 완전히 타버렸다. 그리고 금년 2월 선양(沈陽)의 5성급호텔 2동이 전소되었다.

최근 중국의 소방 당국에 의하면 폭죽단속을 강화 하였다고 하지만 수백 명의 사상(死傷)사고와 6000건에 달하는 화재가 춘제 기간에 있었다고 한다. 웬샤오제까지 사고는 더 늘어 날지 모른다. 이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 국민으로서 중국 사람들은 홍콩이나 다른 중화권 도시처럼 우선 대도시만이라도 개별 폭죽은 그만 두고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공동으로 폭죽행사를 할 때가 왔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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