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문턱서 찾은 인생항로 〈뷰티풀 걸〉

중앙일보

입력

평범한 사람들에게 30대라는 시기는 정착을 뜻한다. 직장에서 자리를 굳히고, 가족을 이루고, 집을 장만하는 등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책임감과 의무감도 커지고 사회적으로는 '성인(成人)다운' 행동을 요구한다.

〈뷰티풀 걸〉 (시네마트.18세 관람가)에 등장하는 다섯 젊은이 토미. 마이클. 폴. 케브. 윌리는 이 30대라는 관문을 눈앞에 두고 있는 스물아홉살 동갑내기 고교동창이다.

일찍 결혼해 아내와 두 명의 아이를 두고 사는 마이클은 이미 주류 사회질서에 편입됐지만, 다른 친구들은 이 사슬에서 도망치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친다.

섀논과 교제 중인 토미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한 다리안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폴은 잔과 7년동안 사귀면서도 자신은 슈퍼모델급 여성과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윌리다. 변호사인 트레이시와 동거 중인 윌리는 뉴욕의 바를 전전하는 피아노 연주자.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껴 동창생들이 있는 고향을 찾는다.

이곳에서 그는 13세 소녀 마티와 사랑에 빠진다. 영리하고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는 등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마티에게 홀딱 빠진 윌리는 10년 후 그와 결혼하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결론은 모두 제 항로를 찾는다는 것. 그들의 진지한 방황이 결국 통과의례에 불과했다니 조금은 씁쓸해진다.

매트 딜런. 티모시 허튼. 우마 서먼. 미라 소르비노. 로렌 홀리 등 캐스팅이 화려하다.
감독은 〈라이프〉의 테드 드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