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 피랍선원 전원 구출] 4시간58분 드라마 같은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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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개시 청해부대 소속 고속단정과 링스헬기가 삼호주얼리호로 다가가고 있다.

퍼펙트 작전(Perfect Operation)이었다. 우리 해군 특수전 여단(UDT/SEAL)의 전설엔 국경이 없었다.

 21일 오전 4시58분(한국시간 오전 9시58분) 오만의 샬랄라항에서 460㎞ 떨어진 인도양 해상.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을 위한 최영함의 ‘아덴만 여명작전’이 개시됐다.

삼호주얼리호 장악은 UDT 대원의 몫이었다. 대원 10여 명이 3척의 고속단정에 나눠 탔다. 임무는 선교와 기관실 장악. 공격 1팀과 공격 2팀이 나눠 맡기로 했다. 조영주(대령) 함장의 발포 지시가 떨어지면서 입체작전이 시작됐다.

특수사다리 타고 승선 고속단정을 타고 삼호주얼리호 선미에 접근한 해군 특수전 여단(UDT) 대원들이 특수사다리를 이용해 배벽을 타고 선상으로 진입하고 있다.

최영함의 127㎜ 함포가 삼호주얼리호를 향해 불을 뿜었다. 수 발의 함포 소리에 놀란 해적들은 잠에서 깬 채 우왕좌왕했다. 이어 함재기 링스헬기가 M60기관총으로 선교(조타실) 등을 향해 위협 사격을 실시했다. 링스헬기에 탑승한 저격수가 저격용 소총으로 선교에 있던 해적 1명을 조준 사살하자 해적 5~6명은 선실로 내달렸다. 링스헬기에선 우리 말로 “지금 진입작전이 시작됐다. 선원들은 전부 바닥에 엎드려라”고 경고 방송을 여러 차례 했다. 해적들과 우리 선원들을 구별하기 위해서였다. 이 틈을 타 UDT 요원들은 삼호주얼리호 선미와 우현으로 접근했다. 요원들은 선박 침투용 특수 사다리를 이용해 4m 높이의 현측(배벽)을 타고 올라가 선교와 기관실 진입을 시도했다. UDT 요원들이 진입하자 교전이 벌어졌다.

해적들은 AK소총과 기관총을 쏘며 저항했다. 4층 선교를 장악하는 과정에서 선장 석해균(58)씨가 복부에 관통상을 입었다. 요원들이 선교를 장악하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전광석화 제압이었다.

진입 준비 UDT 작전팀이 선교 조타실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左). 해적 생포 UDT대원들이 조타실 앞에서 생포한 해적을 감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右)

 기관실 장악 과정에서도 교전이 벌어졌지만 UDT 요원들은 한 명도 다치지 않았다. 해적 5명을 사살하고 3명을 생포했다. UDT요원들은 삼호주얼리호의 57개 격실을 일일이 정밀조사했다. 장악한 격실에는 빨간색 스프레이로 ‘X’자 표시를 했다. 여기서도 교전이 벌어져 2명의 해적을 사살하고 2명을 추가로 생포했다. 오전 9시56분. 21명의 선원 구출은 완벽하게 끝났다. ‘아덴만 여명 작전’ 개시 4시간 58분 만이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승조원 구조활동을 펼치다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아래쪽)의 영결식에 참가한 UDT 대원들이 ‘UDT의 전설’을 떠나 보내며 UDT 군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군 관계자는 “해적들을 완전히 진압하고 우리 측의 피해가 전혀 없는 완전 작전이었다”며 “해군 특수전 여단 요원들이 펄펄 날아다닌 것”이라고 평가했다.

UDT 요원들의 완벽 작전은 평소의 지옥 훈련 덕분이다. 400여 명으로 구성된 UDT는 평소 특수전 작전과 폭발물 처리에 대비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이번처럼 해상 대테러 훈련도 빠지지 않는다. 일주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훈련을 받는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고무보트로 150㎞를 이동하고,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육상 60㎞ 행군, 산악행군 60㎞를 거쳐야만 UDT 요원이 될 수 있다. 이런 훈련으로 단련된 UDT 베테랑 요원 30여 명이 최영함에 승선해 있다.

군 관계자는 “평소 인간 한계를 넘나드는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 요원들이 피로를 떨치고 완전 작전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전 성공으로 UDT는 지난해 3월 30일 천안함 수색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UDT 전설’을 이어가게 됐다. 한 준위는 청해부대 근무를 지원해 일곱 차례나 해적 퇴치 작전에 참가했으며, 이번의 ‘아덴만 여명작전’에 투입된 UDT대원들은 대부분 한 준위로부터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UDT의 신화는 계속된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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