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시장, 전세→월세 이동 중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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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주택을 보유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매수비용, 각종 세금, 수선유지비 등 다양합니다.

그렇게 투입한 집을 전체 비용의 절반 정도로 전세를 놓고 있습니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누구도 이런 투자를 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투자가 가능했던 건 지금까지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전세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전세는 사라진다’는 글의 일부다. 이 글을 쓴 네티즌은 “집값이 적정 수준 오르지 않으면 전세주택 부족과 전세가격 상승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엔 30여개의 댓글이 달려 토론이 활발하다.

다른 인터넷 부동산 게시판에서도 비슷한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다른 네티즌은 한 토론 사이트에 “연 10% 이상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주택 소유주는 전세를 계속 놓을 수 없다”며 "감가상각, 이자 등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이어가면 전세 감소세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임대시장에서 전세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월세가 늘어나면서 월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전망은 네티즌 뿐 아나라 많은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장영희 연구위원은 “전세는 집값이 계속 올라야 유지되는 제도”라면서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임대제도”라고 강조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지금 상황에서 전세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은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월세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월세부담액에 대한 세금 공제를 확대하는 등 과감한 월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에선 이미 전세 감소추세 뚜렷

전세는 정말 이들의 주장처럼 사라질까.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던 지방의 경우 전세가 줄어드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은행의 임대차 분포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2월 기준 전국 6개광역시(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의 임대시장에서 전세 비율은 49.1%까지 떨어졌다. 전세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9년 만에 처음이다. 2007년 12월엔 이 지역의 전세비율은 평균 56.3%였다.

특히 광주의 경우 전세 비율은 급감했다. 2007년 12월 45.1%에서 지난해 12월 26.3%까지 크게 낮아졌다. 광주의 경우 임대시장이 사실상 월세 중심으로 바뀐 셈이다.

반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전세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임대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서울은 61.4%, 수도권 60.5%다.

부동산부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광주는 지난 3년간 집값 상승률이 2% 정도로 금리인상을 고려하면 사실상 하락했다”며 “저금리 상황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임대시장에서 전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서울 및 수도권은 실제 집값 상승률은 작았지만 여전히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에 전세가 월세로 금방 전환하지 않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인구 성장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우리나라 임대시장에서 전세제도는 사라질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최근 반전세가 증가한 것이 임대제도가 월세로 재편되고 있는 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학과 서후석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보증금은 그대로이거나 줄어들면서 월임대료가 올라가는 식으로 조금씩 월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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