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라이벌 김요한·문성민 … 코트서는 더 화끈한 라이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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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해보험의 김요한(왼쪽)과 현대캐피탈의 문성민. 이들은 한국 남자프로배구를 대표하는 얼짱 스타이자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거포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남자배구를 대표하는 ‘얼짱 스타’ 김요한(26·LIG손해보험)과 문성민(25·현대캐피탈)이 6일 구미에서 프로 첫 맞대결을 펼쳤다. 학창 시절부터 이어온 두 선수의 라이벌전은 이제 프로 무대로 자리를 옮겨 더욱 뜨겁게 전개될 전망이다.

◆2005년 11월 9일 대학배구최강전 결승전

 대학배구 상위권 팀끼리 겨루는 왕중왕전이었다. 당시 2학년이던 김요한을 앞세운 인하대는 풀세트 접전 끝에 문성민의 경기대에 2-3으로 패했다. 신입생 문성민이 먼저 웃었고 경기대의 전성시대가 꽃을 피웠다. 김요한은 “당시 불리한 판정으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며 “이때를 계기로 선수들이 자극 받아 더욱 분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새롭게 마음을 다잡으며 복수의 기회를 엿봤다. 김요한은 자신의 말대로 더욱 분발해 이듬해 아픈 기억을 문성민에게 되돌려 줬다.

◆2006년 10월 2일 대학배구 결승전


 3학년 김요한과 2학년 문성민이 전국대회 우승을 걸고 또다시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월드리그 대표팀에 첫 발탁돼 호흡을 맞췄던 동지가 적으로 바뀌었다. 문성민의 경기대가 첫 두 세트를 잡아내며 우승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3세트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문)성민이 체력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요한의 예상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문성민이 주춤하는 사이 김요한이 힘을 냈다. 허리 부상으로 침을 맞고 뛴 김요한은 이날 혼자 35점을 몰아치며 극적인 3-2 역전승을 일궜다. 문성민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김)요한이 형과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어요. 학교끼리도 경쟁이 심했는데 역전패까지 당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문성민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김요한의 인하대는 그해 5개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김요한이 좀 더 앞서나갔다.

 쓰라린 기억을 주고받으며 시간은 흘렀고 둘의 상황이 뒤바뀌었다. 대학을 졸업하던 즈음 변화가 일어났다. 2007년 1순위로 LIG손해보험에 지명된 김요한이 입단을 거부했다. 연봉이 적다는 이유로 규정에도 없는 계약금을 요구했다. 파문이 일었다. 해외 진출을 모색했지만 여의치 않자 어쩔 수 없이 팀에 합류했다.

 이듬해인 2008년엔 문성민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KEPCO45 1순위로 지명됐지만 이를 거부하고 독일리그에 진출했다. 독일에서 소속팀 프리드리히샤펜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문성민은 터키리그로 옮겨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 사이 김요한은 신인왕에도 오르지 못하고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면서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 문성민이 김요한을 추월했다.

 그리고 2010~2011 시즌을 맞이했다. 해외 생활을 마친 문성민이 국내로 복귀했다. 신인 드래프트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1라운드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2라운드에 문성민이 돌아오자 현대캐피탈은 상승세를 탔다. 돌아온 문성민을 바라보는 김요한의 눈빛은 더욱 빛났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겨룬 첫 맞대결에서는 문성민이 이겼다. 문성민은 블로킹 4점, 서브 1점을 포함해 25점(공격성공률 66.66%)을 올렸다. 시원스러운 오픈 강타와 블로킹을 따돌리는 시간차, 다이내믹한 백어택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문성민을 라이트에 배치해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전념할 수 있게 했다. 반면 레프트로 나선 김요한은 실책 7개를 기록하며 11점(공격성공률 40%)에 그쳤다. 현대캐피탈은 LIG에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두고 8승3패를 기록, 선두 대한항공(9승1패)을 1.5경기 차로 추격했다.

구미=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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