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이야기] 컴퓨터와 인터넷 발전으로 새로운 자동차시대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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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단지 운송수단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생활공간으로도 발전해왔다. 따라서 자동차 내부의 편의장치들은 끊임없이 개발돼 왔으며 새로운 장치가 개발될 때마다 자동차 산업 자체가 커다란 혁신을 거듭해왔다.

특히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은 21세기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핸들.계기판만 황량히 달려있던 자동차 내부에 장착된 첫 편의장치는 라디오. 미국의 차머즈사는 1912년 자동차에 처음으로 무선 라디오를 장착했지만 전파를 받아들이는 안테나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너무 커서 실용화되지 못했다.

그 후 회초리식 안테나가 나타나 1921년까지는 귀에 꽂고 듣는 리시버식 카 라디오가 유행했다.

스피커식 카라디오를 처음 만든 이는 미국 시카고의 한 고교 라디오클럽 회원이었던 존 프로스트였다. 그는 1922년 자기집 자가용에 스피커식 카라디오를 달고 팝송을 즐겼다.

이에 착안한 미국 자동차회사 크라이슬러와 전자회사 필코가 5년뒤 이를 상품화해 시판하자 첫해 무려 10만대가 나갈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당시 크라이슬러의 카 라디오는 탈.부착이 되는 배터리 라디오여서 아무 곳에서나 들을 수 있기 때문에 193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을 재즈와 블루스의 열병으로 몰아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녹음테이프가 들어가는 카셋트 테이프 플레이어 역시 1956년 크라이슬러가 처음 장착했다.

80년대에는 텔레비젼과 CD 플레이어가 발전하면서 자동차를 위한 AV시스템이 본격 개발되기 시작했다.

90년대 들어선 컴퓨터와 위성방송.인터넷 등이 만들어 낸 편의장치들이 속속 자동차에 접목되고 있다.

비행기나 선박에 사용됐던 네비게이션 시스템(자동교통정보장치)이 도입되는가 하면 백미러 없이도 양옆과 후방의 사각지대를 계기판의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백소너도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연료.차간 거리 등 각종 운전환경과 관련한 정보를 음성으로 전달해주는 음성경보시스템도 시판중이다.

최근엔 차에서 인터넷 접속은 물론 팩시밀리의 송수신도 가능하고 뒷좌석 천장에는 대형 스크린을 만들어 영화나 각종 TV도 볼 수 있게 됐으니 이제 자동차는 '달리는 사무실이나 응접실' 이 된 셈이다.

전영선 한국자동차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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