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계열사 실사 결과] 골깊은 '대우 부실'

중앙일보

입력

대우 워크아웃 대상 12개 계열사에 대한 실사결과는 '대우 부실' 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자산보다 부채가 24조원 많았고 실사 과정에서 6월 말보다 무려 37조원이 장부에서 빈 부분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사에서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조사가 서면이나 형식적 방문에 그쳐 해외부문의 부실규모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워크아웃 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사결과는 대우의 손실이 그만큼 누적됐다는 사실을 뜻한다" 며 "국내 부문 실사결과도 지난 8월말 기준이기 때문에 이후 대우 계열사의 주가하락 등 추가 손실을 감안하면 현재 자산가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 드러난 대우 부실〓대우 12개 계열사의 실제 자산은 62조원이나 부채는 86조원에 달해 채권자의 손실률은 28%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대우의 경우 자산은 11조8천억원이나 부채가 26조3천억원이어서 부족액이 14조5천억원에 달한다.

해외매각을 추진하는 대우전자도 자산 5조5천억원에 부채는 7조원에 달하고 있다. 또 실사결과 새로 나타난 부실 37조원 가운데 부채가 8조원이나 돼 앞으로의 영업과정에 적신호를 주고 있다. 새로 나타난 부채는 다른 기업이나 계열사에 대한 채무와 7월부터 8월까지의 자금지원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동안 대우의 부실이 너무 누적돼 워크아웃을 하더라도 회생가능성을 낙관
하기 어렵다" 며 "채권금융기관의 채무조정안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고 말했다.

◇ 논란 이는 실사결과〓그러나 대우측은 회계법인 실사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빡빡한 기준을 적용했다" 며 반발하고 있다.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추후 추가부실이 드러날 경우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산가치를 극단적으로 깎아내렸다는 것이다.

워크아웃이란 기본적으로 채무조정을 통해 기업을 살리자는 취지인데 회계법인들이 대우 계열사들에 대해 '문닫을 기업' 에 적용하는 청산가치를 적용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대우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예컨대 ㈜대우만 해도 자산을 초과하는 부채규모가 당초엔 10조원 안팎으로 집계됐었으나 회계법인이 대우자동차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매출채권 등의 자산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면서 14조5천억원까지 불어났다.

대우 관계자는 "대우차는 현재 회생기업으로 분류돼 있어 향후 워크아웃 계획 작성시 ㈜대우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이 채권변제를 요구할 수 있는데도 전혀 자산가치를 쳐주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실사결과가 나쁘게 나온 대우 계열사들은 "불완전한 실사결과에 의존해 작성되는 워크아웃 계획에 동의하기 어렵다" 며 반발해 워크아웃 계획 수립이 진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측은 "실사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 채무조정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된다" 며 대우측을 설득하고 있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이성규 사무국장은 "비록 채권단이 채무조정을 해줘야 할 비부채비율이 70%가 된다 하더라도 향후 기업의 영업전망이 밝다면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며 "다만 해당기업이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엔 언제라도 워크아웃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있다" 고 말했다.

이영렬.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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