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데렐라 탄생의 무대 '한국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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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와 같은 단기전은 신데렐라 탄생의 무대다. '어느 날 갑자기'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역대 한국시리즈는 박철순.선동열.이종범에 의해서만 주도된 게 아니다.

숱한 '무명용사' 들이 한 순간에 '깜짝스타'가 됐다. 딱 '한방' 이면 뜰 수 있는 것이다. 그게 단기전의 묘미다. 이번 한국시리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1차전의 승부를 가른 주인공은 '주전'이 아닌 '대타' 최익성(한화)이었다. 최는 3-3으로 동점을 이룬 상황에서 롯데 구원투수 가득염을 결승 2점홈런으로 두들겨 단숨에 히어로가 됐다.

2차전에서는 '주전' 장종훈(한화)이 승리의 해결사가 됐으나 3차전에서는 또 한명의 신데렐라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대타' 박현승(롯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때만 해도 선발 3루수로 출장했던 박은 한국시리즈 들어서 4타수 무안타의 헛방망이질만 해댔다. 이날도 수비감이 떨어져 선발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신기까지는 극적인 뒷이야기가 있게 마련. 이날 김명성 감독은 임수혁.조경환을 대타로, 김대익.박종일.강성우를 대수비로 소모해버려 연장 10회초 1사2루의 찬스가 왔을 때 더그아웃에는 박현승만 남아있었다.

이때 타순은 임수혁의 차례. 임수혁이 누군가. 운명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9회초 '대타' 로 나가 극적인 동점홈런을 때려 롯데를 살린 또 한명의 신데렐라가 아닌가.

그러나 김감독은 구대성의 구위를 감안, 임수혁을 빼고 스윙스피드가 빠른 박현승을 기용했다. 기회를 잡은 박은 극적인 결승타를 때렸고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3차전 신데렐라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한국시리즈는 계속된다. 최후에 웃는 자가 웃는다.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는 신데렐라 후보들은 많다.

프로야구 원년 김유동(OB)의 만루홈런과 85년 유두열(롯데)의 역전 3점홈런처럼 극적인 한방은 아직 터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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