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지원 북한 소재 영화 미국서 상영

중앙일보

입력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 이래 처음으로 상업 영화의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건물 내부를 촬영장소로 공개하고 직원들을 엑스트러로 투입해 화제를 불렀던 영화 〈스파이들〉이 24일 미국 전역에서 방영됐다.

영화 전문 유료 CATV 쇼타임이 프라임 타임인 이날 밤 8시부터 2시간동안 방영한 〈스파이들〉은 깜짝 놀랄 만한 북한의 음모를 입수한 후 북한 당국에 억류된 동료를 우여곡절 끝에 구출해 내는 CIA 요원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탐 레너헌 CIA 국장(론 실버)은 관련 부서간 이기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동아시아 지국장을 지내고 몇 년전 좌절감 속에 은퇴한 후 워싱턴에 태국음식점을 차린 케빈 제퍼슨(탐 베린저)을 다시 발탁한다.

사안의 중대성을 깨달은 제퍼슨은 정예요원들로 팀을 구성하고 국장 직보 체제를 갖춘 뒤 첨단 장비와 신출귀몰하는 작전으로 갇혀 있던 동료를 결국 구출해 내고북한의 음모를 분쇄시킨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워싱턴시 인근인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CIA 본부 내부가 비춰지고 진짜 CIA 총사령탑인 조지 테넷 국장의 부인 스테파니 여사가 현직 CIA 요원 60여명과 함께 일부 장면에 엑스트라로 출연한다.

CIA는 이와 함께 전직 CIA 베테랑 요원으로 나오는 주인공 베린저와 팀 매터슨감독 등에게 본부를 견학시키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지난 13일에는 직원들과 영화 관계자들을 초대해 시사회까지 가졌다.

매터슨 감독은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CIA의 진짜 모습을 본 덕분에 촬영에 많은 도움이 됐고 실제로 이 때에 얻은 영감을 영화에 삽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CIA가 상업 영화를 이처럼 적극 지원한 것은 전례 없는 일로 "그동안의 많은 첩보 영화들과는 달리 CIA의 참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이라는 게 CIA측의 설명이다.

쇼타임은 전직 CIA 국장 수석 보좌관인 로저 타운이 각본을 쓰고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이 영화를 앞으로도 몇 차례 재방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