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원룸텔은 `지분등기`일까

조인스랜드

입력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고시원(원룸텔) 등 수익형 부동산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요즘 서울•수도권에선 원룸텔 분양 관련 현수막이나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원룸텔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보다 분양가가 싼 편이라 소액투자 상품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원룸텔 투자 유의점으로 등기방식을 지적한다. ‘개별등기 가능’ 등의 문구로 홍보되는 대부분의 원룸텔이 구분등기가 아닌 지분등기라서다.

부동산 등기 방식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건물에 대한 권리인 구분등기와 땅에 대한 권리인 지분등기다. 부동산등기법에 따르면 구분등기는 1개 동의 건물에 각각 독립된 부동산이 있을 경우 이들 부동산을 구분해서 별도로 등기할 수 있다.

매매•전세나 리모델링 등 해당 부동산에 모든 권리를 갖게 된다.

지분등기는 한 필지의 땅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나눠 갖게 돼 건물의 특정 부분이 아닌 전체 건물의 일부분에 대한 권리만 인정된다. 등기부에 개별 부동산의 구체적인 위치가 정해져 있지 않고 지분만 표시돼서다.

예컨대 같은 층에 있는 상가라도 지분 크기가 같다면 점포 위치에 상관없이 똑같은 가치를 갖게 된다. 내 몫의 지분을 사고파는 데는 걸림돌이 없지만 공동 소유자 중 한 명의 지분이 경매로 넘어간 경우 나머지 소유자들도 자기 몫의 지분을 거래하기 어려워진다.

더불어 나머지 공동 소유자의 동의 없이는 리모델링 등을 할 수 없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다.

원룸텔 건축허가 기준 강화되고 있어

그렇다면 원룸텔은 왜 대부분 지분등기일까? 현행법령에 원룸텔의 구분등기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건물을 지을 때 구분등기가 가능한 집합건축물로 지었다면 건물 안에 들어서는 점포나 원룸텔 등의 주인이 각각 구분등기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구분등기가 어렵다.

구분등기를 하려면 건물에 대한 권리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받아 해당 지자체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원룸텔에 대한 구분등기를 인정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코쿤하우스 고종옥 사장은 “건물 안에 크기가 작은 원룸텔이 수 십 실씩 조성되면 사람이 몰려 건물이 혼잡해지고 주차공간이 부족해질 뿐 아니라 전기나 물 등 사용량이 늘어나게 돼 대부분 사람들이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물에 대한 권리를 가진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받아도 구분등기가 쉽지 않다. 최근 원룸텔을 구분등기할 수 없도록 건축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지자체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부천•용인시 등은 원룸텔 건축이 부쩍 늘어나면서 편법분양 사례가 늘어나자 준공 후 집합건축물로 전환할 수 없도록 관련법을 강화했다.

새로 짓는 건물도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 용인시 건축과 관계자는 “다른 원룸형 주택(다가구 등)보다 주차공간 등에 대한 기준이 느슨한 원룸텔이 난립하게 되면 도심 주차난 가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허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원룸텔 투자시 ‘당장은 구분등기가 되지 않지만 준공 후 용도 전환으로 구분등기가 가능하다’는 문구도 조심해야 한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