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사례

중앙일보

입력

멕시코는 주기적으로 경제위기가 일어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82년 처음으로 외채위기를 겪은 멕시코는 87년과 94년 잇달아 2차와 3차 외환위기를 겪었고 올해 다시 내년의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략 6년을 주기로 외환위기를 겪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부문의 부실 누증을 들 수밖에 없다.

즉 멕시코 정부는 76년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 이후 주도적으로 ‘공공투자 증대를 통한 성장전략’을 펴면서 공공부문이 비대해졌고 이에 따른 고비용-저효율로 정부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94년 3번째의 외환위기를 보자. 당시 멕시코 정부는 87년의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외채를 재조정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이 때문에 멕시코의 재정적자는 크게 좋아졌다. 90년까지 만성적인 재정적자였지만 91년을 전환점으로 재정은 균형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91년 말과 92년에 걸친 금융부문의 민영화가 오히려 금융부문의 부실을 심화시키면서 사태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당시 멕시코 정부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살리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자금은 대부분 외국에서 빌린 외화표시 단기 국채(Tesbonos)
로 조달됐다. 94년 말엔 이 돈이 무려 2백92억 달러로 늘어나면서 막바로 세 번째의 외환위기를 맞게 됐다.

당연히 이 외채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게 큰 과제가 됐다. 역시 믿을 곳은 재정밖에 없었기 때문에 멕시코 정부는 원리금 상환에만 재정의 대부분을 쏟아부었다. 대신 다른 부분은 엄청난 긴축을 시작해 국민들은 극도의 내핍생활을 강요받았다. 이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졌고 동시에 성장률도 희생을 강요받았지만 덕분에(? )
재정수지는 그런대로 균형을 유지했다.

대신 외환위기가 재연되면서 금융부문은 다시 부실해지기 시작했고 92년과 마찬가지로 멕시코 정부는 이들 금융기관에 공적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92년과는 달리 이때는 우리나라의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예금보험기구가 공채를 발행해 공적자금을 조달했고 이 돈을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투하했다.

이 돈이 지난 8월 현재 무려 9백88억 달러(추정치)
나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 21%나 되는 거금이다. 그런데도 금융부문은 계속 불안정했고 투자된 돈은 거의 회수되지 않았다. 급기야 멕시코는 올해 이 예금보험기금 채무를 정부 채무로 전환했다.

정부채무의 급증에 따른 원리금 상환이 결국 재정에서 나갈 수밖에 없어 올해 재정수지는 GDP 대비로 -1.25%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다시 내년에 경제위기가 재발될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재정부담의 증가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멕시코와는 상황이 다르다. 가령 금융구조조정 자금만 하더라도 회수될 가능성이 많아 정부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멕시코 사례는 우리정부가 정부채무를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할 경우 위기가 재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진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