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대체할 북한산 `기름골' 첫 수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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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서체의 상표를 붙이고 길거리 상점에서 눈길을 끄는 각종 북한 술, 평양 담배를 비롯 함흥 순대, 옥류관 냉면 등 다양한 북한 요리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최근 들어 일상 생활 가운데서 북한제 상품, 북한식 요리 등을 마주치게 되는 기회가 부쩍 늘어나고 있지만 이제는 들판에서도 `북한'을 만나볼 수 있게 될 정도로 북한은 어느덧 우리 곁에 바싹 다가와 있다.

20일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남한강변에서는 농림부, 시·군 관계자, 농어민후계자, 학계 인사 등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5개월 전에 시험 파종한 북한산 식물 '기름골'을 첫 수확하는 행사가 열린다.

`기름골'은 `기름이 나는 골풀'이라는 말을 줄인 것. 얼핏 보면 들판에 널린 잡초를 연상케 하지만 무성한 잔뿌리 사이에 달리는 열매에서는 고소한 참기름과 거의 비슷한 성분을 함유한 식용유를 추출해 낼 수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함경북도, 자강도, 양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기름작물'로 재배될 정도로 일반화된 기름골은 지난 87년 서울에 온 탈북자 김동춘씨가 수년전 중국 옌볜을 거쳐 들여와 첫 선을 보이게 됐다.

김씨는 7년 간 시험재배를 통해 남한의 재배환경에 맞게 개량하는 데 성공, 지난달 14일에는 `골드 마인(gold mine)'이라는 이름으로 `종자 특허'(종자업 상표등록)를 받아냈다.

노란 갈색의 투명한 색상을 지닌 기름골 기름이 칼슘 칼륨 철분 등 영양가가 우수한데다 참기름 특유의 고소한 냄새를 똑같이 간직하면서도 산가가 참기름을 능가, 연간 수입비용으로만 1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참깨수입 외화를 절약할 수 있고 농가의 알찬 소득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종자 이름을 `골드 마인'으로 출원했다는 것.

김씨는 기름골 열매에서 기름을 추출했을 때 약 23%의 수율을 보여 참깨의 5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00평당 참기름이 45kg 가량 생산되는 데 비해 기름골은 575kg을 수확할 수 있어 재배면적 당 참기름의 10배가 넘는 식용유를 얻을 수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설명했다.

잡초처럼 보이는 기름골은 번식력 또한 잡초만큼이나 강하다. 모래가 많은 사질토양이 적지이지만 아무 땅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척박한 땅의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단지 수확 때의 불편을 고려해 진흙땅과 자갈밭만 피하면 된다고 한다.

4월 초께 파종해 9월에 수확하는데 시험 재배 결과 한 포기 당 약 4백-5백g의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와 손잡은 ㈜사람과 미래의 박정홍 사장은 "기름골 기름은 참기름 맛과 비슷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우선은 올해 시험재배해 수확한 열매를 종자로 활용, 관심있는 농가를 중심으로 분양할 계획이다.

박 사장은 기름골 열매에서 기름을 짜고 난 나머지 전분은 과자 빵 제조에 사용할 수 있고 줄기와 잎은 사료로 이용할 수 있어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며 `기름골예찬론'을 폈다. [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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