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계단에 그림 … 동네가 환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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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삼선동 장수마을 계단에 그려진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와 손녀’ 그림. [성북구청 제공]

구불구불한 좁은 골목의 담장을 따라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생겼다. 또 주민들이 힘겹게 오르던 계단에는 노란 화분이 새로 놓였다. 담장벽화가 그려지면서 화사하게 변신한 서울 성북구 삼선동 장수마을의 골목길 풍경이다. 정은수 서울 성북구 홍보담당관은 19일 “한성대 예술대 학생 100여 명이 주민들 의견을 들어 담장벽화를 그렸다”며 “장수마을의 칙칙했던 담벼락이 밝고 환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번 장수마을의 담장벽화 작업에는 한성대 예술대의 회화과와 미디어디자인학부 학생 1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달 장수마을을 찾아 벽화를 그릴 20여 가구의 담과 계단을 선정했다. 이후 150여 개의 시안을 만들었고 주민들이 고른 그림 20여 개를 골목길의 담장이나 계단 등에 그렸다.

가파른 계단에는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와 손녀가 다정하게 얘기를 나누는 그림이, 피노키오 동화를 좋아하는 한 소년의 집 담에는 동화 속 주인공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이 새로 생겼다. 또 휠체어를 이용하는 한 장애인의 집에는 실제 화초들과 어울리게 넝쿨에 박이 주렁주렁 열린 모습이, 슬레이트 지붕 밑의 담에는 희망의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그림이 그려졌다.

정 홍보담당관은 “주민들은 오래된 낡은 담벼락이 예쁘게 바뀌자 매우 즐거워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그린 담장벽화 12장을 골라 내년 달력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수마을은 40~50년 된 낡은 무허가 주택이 많아 2004년 주택재개발사업 예정구역(삼선 4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서울성곽과 삼군부총무당 등 문화재가 인근에 있고 급경사 구릉지역이다 보니 수익성 문제로 6년째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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