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대호 천사 같은 얼굴 … 나누는 손에서 나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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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 타자로 활약한 이대호(롯데)가 지난 4일 부산에서 ‘사랑의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이대호는 2006년부터 매년 겨울 독거노인들을 위해 연탄을 배달하는 등 선행에 앞장서고 있다. [중앙포토]

프로야구 선수들의 기부와 봉사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안타·홈런·승리 등 시즌 기록당 일정 액수를 곱해 연말에 기부하는 방식은 고전적이다. 요즘은 도움의 대상을 매우 구체적으로 정하고, 더 많은 액수를 모으기 위해 가장 자신 있는 기록을 적립 항목으로 정한다. 몸이 재산인 프로선수들이 힘들고 궂은 봉사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커진 만큼 이를 되돌려 주려는 선수들의 마음 씀씀이도 커지고 있다.

 ◆봉중근, 사랑의 탈삼진=올 시즌을 앞두고 LG 에이스 봉중근(30)이 조주환 LG 마케팅팀 과장을 찾았다. 그는 국제구호개발 단체인 월드비전의 아프리카 식수 지원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협의 끝에 올 시즌 탈삼진 1개당 3만원씩 적립하기로 했다.

 조 과장은 “선수들의 기부나 봉사는 구단 측이 선수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봉중근처럼 선수가 먼저 구단에 제의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미국프로야구 애틀랜타와 신시내티 시절에도 지역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한 경험이 있다.

 항목을 탈삼진으로 정한 것은 2008년의 아쉬운 기억 때문이다. 당시 봉중근은 1승당 20만원을 적립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기부했다. 하지만 승수가 11승에 그쳐 220만원을 모으는 데 머물렀다. 2009년에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사회봉사 프로그램에 동참해 1승당 5만원을 적립했으나 역시 11승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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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봉중근은 자신의 장기를 살리기로 했다. 승수가 아닌 탈삼진으로 적립 항목을 바꾼 것이다. 올 시즌 130탈삼진(전체 5위)을 기록한 봉중근은 월드비전에 390만원을 기부할 수 있었다. 그는 시즌 중에는 뇌졸중 삼진아웃 캠페인에도 참여해 탈삼진 1개당 2만원씩 적립, 186만원을 전달했다. 봉중근은 “큰 액수는 아니지만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대호, 봉사도 MVP=올 시즌 타격 7관왕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쥔 롯데 이대호(28)는 2006년부터 매년 독거노인에게 ‘사랑의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4일 부산에서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연탄 8815장을 직접 배달했고, 5일에는 신망애 요양원을 찾아 목욕 봉사활동도 벌였다.

 LG 이병규(36·등번호 9)는 안타 1개당 3만원씩 적립해 어려운 환경의 음악 영재들에게 도움을 줬다. 지난 16일 예원학교에 악기 구입 지원금을 기부한 뒤 졸업 발표회에 함께하고 기념품도 전달했다. 김상훈·최희섭·김상현·안치홍 등 KIA 선수 11명은 기아차 임직원 2903명과 함께 ‘타이거즈 러브 펀드’를 조성했다. 타자는 홈런·안타·도루 등을, 투수는 승리·세이브·홀드 등을 기록할 때마다 일정액을 적립했다. 시즌 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9300만원을 전달할 수 있었다. 두산 선수들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팀도루와 팀홈런 1개당 10만원씩을 모았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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