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200만원 받는 영어학원서 유통기한 2년 지난 재료로 급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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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의 유명 영어 조기학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써 점심을 급식해 원생들이 6개월 동안 집단 복통을 일으켰다는 신고가 들어와 구청이 조사에 나섰다.

 최상윤 서초구 위생과장은 16일 “반포4동 E학원생 수십 명이 복통을 앓고 있다는 학부모의 신고가 구청에 들어와 현장을 점검한 결과 유통기한이 최대 2년 이상 지난 재료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역학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초구는 이 학원 주방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튀김가루 등 식재료와 해바라기씨·고구마·누룽지 등 간식거리를 수거하고 원생·교사 등 36명의 가검물을 보건환경연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 서초구는 식중독균이 검출되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이 학원은 원생 200여 명 가운데 50여 명에게 점심 급식을 하면서도 집단 급식소로 신고를 하지 않아 구청의 감독을 받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버려야 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 것을 원장이 인정했다”며 “신고를 하지 않고 단체 급식을 한 데 대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곱 살짜리 아들을 이 학원에 보내는 한 학부모는 “아이가 복통과 구토, 두드러기 증상을 반년째 호소해 왔는데 영어 스트레스 때문에 꾀병을 부리는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아이들도 배가 아프다고 해 엄마들이 냉장고를 열어보니 곰팡이가 핀 고구마와 누룽지 가 들어 있었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7년 지난 베이컨도 있었다”며 “한 달에 200만원의 수강료를 내면서 학원을 믿고 아이를 보낸 부모들이 모두 패닉 상태”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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