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산골학교에 사랑 심는 다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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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부엉 초등학교를 찾은 김현영 다음 부사장(오른쪽)이 학생의 사진을 함께 보며 웃고 있다. [다음 제공]


“못 하이 바 본 남!(하나 둘 셋 넷 다섯!)”

 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베트남 하 라우 지역의 반 부엉 초등학교 앞 논바닥. 추수가 끝난 이곳에서 미니 올림픽이 열렸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과 반 부엉 학교 학생, 선생님들이 어울려 단체 줄넘기를 했다. ‘선수’들의 발에 줄이 걸리자 구경하던 주민 60여 명과 아이들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다른 쪽에는 축구 골대 2개가 설치됐다. 신발 살 돈이 없어 누런 슬리퍼를 신은 아이들은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열심히 축구공을 찼다. 골대 안으로 공이 들어가자 아이들은 깡충깡충 뛰며 기뻐했다.

 다음 임직원 18명과 탤런트 지성(33)씨가 이달 2~4일 반 부엉 학교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학교가 있는 하 라우 지역은 베트남 북동쪽의 산골 마을. 정부의 지원에서도 소외된 소수민족 거주지로 베트남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다. 이 학교의 재학생은 70여 명. 이들은 2008년까지 한화로 600원가량 하는 슬리퍼 ‘잽레’를 신고 평균 10㎞를 걸어 가건물 형태의 학교에 다녔다. 지난해 다음의 도움으로 이 학교는 교실 3개에 도서실, 깨끗한 화장실까지 갖춘 새 건물을 지었다.

 다음의 자원봉사자들은 ‘설레는 휴가’라는 이름 아래 자발적으로 휴가를 반납하고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아이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꼬리잡기’ 등 한국 전통 놀이를 하며 친해졌다. 또 스마트폰의 ‘오카리나’ 앱을 이용해 합동 연주를 하고, 즉석에서 아이들의 사진을 뽑아 선물하기도 했다. 유치부 타오(5)와 시엥(4)은 사진을 보며 “여기 네가 있어”라며 신기해했다. 처음엔 낯선 외지인을 경계하던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자 먼저 다가왔다. 자원봉사자의 손을 잡고, 품에 안기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교실 벽을 꾸미고, 아이들과 베트남 전통음식을 함께 만들며 정을 나누었다. 조용하던 마을엔 축제가 열린 듯 웃음 소리가 퍼져나갔다. 반 부엉 학교는 다음이 아동 봉사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과 함께 건립한 네 번째 ‘다음 지구촌 희망학교’다. 바자회 수익금과 모금 등 직원들이 직접 모은 돈으로 학교를 건립한다. 또 학생들과 일대일 결연을 맺어 지속적인 후원을 한다. 현재 스리랑카 모나라갈라 지구에 제5호 지구촌 희망학교를 건립 중이다.

하 라우(베트남)=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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