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최고 5.1% … ‘미운 오리’베트남 펀드 날개 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베트남 펀드가 살아날 수 있을까. 3년 수익률이 반 토막 날 정도로 고전해 온 게 베트남 펀드다. 그런데 최근 수익률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일주일 베트남 VN지수가 5.55% 상승하며 베트남 펀드의 주간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일부 베트남 펀드의 1개월 수익률도 2∼4%를 기록하고 있다.

 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베트남 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설정액 3497억원)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1’ 펀드의 지난주 수익률은 4.09%였다. 베트남 펀드 중 최근 선전하고 있는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1’ 펀드는 주간 수익률 4.69%, 1개월 수익률 5.41%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2’ 펀드도 4.23%의 주간 수익률을 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최근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은 여전히 부진하다. 2006년 11월 설정된 ‘한국투자베트남적립식1’ 펀드는 현재까지 44.47%의 손실을 내며 반 토막에 머무르고 있다.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1’은 최근 손실 폭을 줄이는 모습이지만 설정 이후 수익률은 -29.01%다.

 2000년 7월 개장한 베트남 VN지수는 2007년 3월 1170.67로 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충격으로 2009년 2월 234.82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럼에도 회복세는 더뎠다. 주변의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의 증시가 올 들어 40∼50% 상승한 것과 달리 베트남 증시는 오히려 고점 대비 23.56% 하락했다. 만성적인 무역적자로 환율이 불안해지고 물가가 치솟으면서 개인투자자의 돈이 금과 달러 등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 증시가 올해를 저점으로 내년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짠닥싱 호찌민 증권거래소 사장은 6일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베트남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정도로 주변 국가(15배)보다 낮다”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외국인 투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외국인은 지난해보다 4.4배 많은 6억2000만 달러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베트남 증시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15%대로 이는 지난해에 비해 3%포인트 늘었다. 짠닥싱 사장은 “증시 활성화를 위해 1인 다수 계좌와 공매도를 허용하는 등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30여 개 기업의 신규 상장이 예정된 데다 국내 베트남 펀드를 비롯한 외국계 펀드의 만기가 돌아와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설정된 펀드는 대부분 운용 기간 중 환매를 할 수 없는 폐쇄형이다. 이 중 만기가 돌아온 일부 펀드의 경우 절반 이상의 손실이 난 채 청산되거나 부분 조기 상환을 결정했다. 5년 단위로 설정된 베트남 펀드의 만기를 앞두고 일부 운용사는 폐쇄형을 개방형으로 전환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호찌민(베트남)=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