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 셋 또 뇌물 파문 … 한국에 유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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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제축구계에 또 한번의 뇌물 스캔들이 터졌다. 영국 BBC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방송된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이 스포츠 마케팅 회사 ISL(스위스)로부터 1989~99년 사이에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사진). 의혹을 받는 집행위원은 3명. 히카르두 테이셰이라(브라질) 브라질축구협회장, 니콜라스 레오스(파라과이) 남미축구연맹(CONMEBOL) 회장, 이사 하야투(카메룬) FIFA 부회장 겸 아프리카축구연맹(CAF) 회장이다. 문건에는 총 1억 달러(약 1160억원)에 이르는 175건의 뇌물수수 기록이 담겨 있다. 레오스는 73만 달러(약 8억5000만원), 하야투는 1만2900파운드(약 2330만원), 테이셰이라는 950만 달러(약 110억원)를 챙겼다는 기록이다. ISL은 2001년 파산했다.

 이미 한 차례 뇌물 스캔들을 겪은 FIFA 입장에서는 시간의 경과와 사실 여부를 떠나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FIFA는 지난 18일 아모스 아다무(나이지리아)와 레이날드 테마리(타히티) 집행위원에게 자격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들은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자들이 미국 월드컵 유치위원회의 로비스트로 위장해 접근하자 “금품을 주면 투표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 유치위원회는 잇따라 터진 일련의 뇌물 사건이 집행위원들의 막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정몽준 FIFA 부회장은 이들 두 명의 집행위원에 대한 징계가 있기 전 “집행위원의 징계를 두고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은 점잖지 않다. 스캔들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면서도 “해명을 잘해서 그분들의 권한이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두둔했다. 징계가 결정된 뒤 22일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징계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 나이지리아 집행위원(아모스 아다무)은 나이지리아에 잔디가 필요하다고 했을 뿐이다. 실제로 뇌물을 받은 것도 아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 유치를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으로 들린다. 유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아다무 위원의 경우는 우리에게 표를 줄 가능성이 커 내심 기대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새롭게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3명의 집행위원 가운데는 하야투 FIFA 부회장이 친한파로 분류된다.

 하야투 부회장이 2002년 FIFA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회장선거에 출마했을 때 정 부회장이 그를 적극 밀었다. 이에 대한 답례로 하야투는 2002년 월드컵 유치 때 한국을 지지했다. 이들의 스캔들 연루로 인해 한국이 불리해졌다고 단정짓기도 어렵다. 도덕과 청렴을 강조하는 최근 FIFA 기류가 일부 경쟁국들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는 면죄부를 받기는 했지만 집행위원들에게 5000만원 상당의 진주 목걸이를 선물해 물의를 빚었다. 카타르는 2018년 월드컵을 공동 유치하겠다고 한 스페인·포르투갈과 투표 담합설로 곤욕을 치렀다.

이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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