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배움터 … 체험장소를 일정에 꼭 넣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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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방학 계획에 여행이 빠질 수는 없다. 단순한 교과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아이의 성향에 맞게 여행지를 선택하는 여행 노하우를 살펴봤다.

글=송보명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임후남씨는 올 겨울방학에 자연을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의 아들 위재영군과 함께 제주 올레길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황정옥 기자]

많이 하면 이해력과 문제 해결력 높아져

임후남(48·여·서울 양천구 목동)씨의 아들 이재영(서울 이대부속초 6)군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고 활동적이다.

등산과 사진 찍기가 취미인 이군은 북한산과 지리산도 종주했다. 하지만 사춘기가 시작된 탓인지 최근 말수가 줄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눈치다. 임씨는 이군과 정서적 교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방학동안 ‘제주 올레길’을 다녀오기로 했다. 임씨는 “자연현상과 동식물에 관심이 많은 재영이에게 자연은 훌륭한 배움터”라며 “올레길을 걸으며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고 이야기를 나눠 활발한 모습을 찾아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창의성·인성교육을 위해 교육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많다. 서울 동의초 이신화 교사는 “여행을 많이 한 학생은 이해력과 문제 해결력이 높다”며 “초등학생 시기에는 여행을 통해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는 경험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적 효과가 높은 체험지를 자신의 판단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엄마들이 있다. 이 교사는 “모험심이 강하고 신체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를 경주에 데려가 유물 이름을 외우게 하면 안 된다”며 “창의력·감성·호기심 등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중요한 요소를 파악해 관심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활발하면 바깥 여행, 소극적이면 탐구 여행

활발하고 적극적인 아이에게는 ‘뛰어놀 수 있는 체험 여행’이 적합하다. 이군처럼 친구가 많고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아이들은 활동적인 성격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야외로 나가는 것이 좋다. 반대로 조용하고 얌전한 내향형 아이에게는 ‘생각하고 탐구하는 체험 여행’을 추천한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는 것을 불편해하고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하는 아이들은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곳을 여행지로 선택해야 한다. 나유미(36·여·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씨는 방학 때 아들 최성현(6)군과 강원도 강릉에 있는 ‘참소리에디슨박물관’에 가보기로 했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최군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만 탐구심이 강해 과학관이나 박물관에 가는 것을 즐긴다. 나씨는 “과학자가 꿈인 성현이는 에디슨과 닮은 점이 많다”며 “에디슨의 발명품을 보며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실적이고 감각적인 아이라면 ‘직접 조작하는 체험 여행’이 효과적이다. 무엇이든 직접 만지고 조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사실에 대해 관심이 많아 도감류의 그림책도 즐겨 읽는다.

홍순율(40·서울 중구 신당동)씨는 딸 홍성연(6)양을 데리고 ‘포천 한가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홍씨는 “성연이는 예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손재주가 있어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일정에 꼭 넣는다”며 “전통 한과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한가원을 찾아 유과피에 조청을 입히고 밥풀을 묻혀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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