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女가수 장후이메이 중국인 사로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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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반 중국 베이징(北京)
에 한 대만 여가수가 출현했다.덩리쥔(鄧麗君)
이라는 가창력이 빼어난 이 가수는 '달님은 내 마음(月亮代表我的心)
'이란 노래를 구슬프게 불렀다. 베이징 시민들은 이념을 잊고 냉전을 버렸다.'덩리쥔'을 연호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당시 공연을 지켜본 뉴욕타임즈 베이징 특파원은 "중국대륙은 두 명의 덩(鄧)
씨가 지배하고 있다.낮에는 덩샤오핑(鄧小平)
,밤에는 덩리쥔이다"라고 타전했다.

지난 여름 베이징 궁런티위관(工人體育館)
에 똑같은 광경이 펼쳐졌다.대만 원주민 출신 여가수 장훼이메이(張惠妹·27)
가 등장하자 5만여 관중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메이(阿妹;張의 애칭)
"를 외쳤다.張의 시선과 손짓을 따라 기성이 쏟아졌다.

중국 대륙에 장훼이메이 돌풍이 거세다.베이징 시민들은 그녀의 청아한 목소리와 열정적인 춤동작에 완전히 매료돼있다.'당신을 안아도 될까요','애인','감각' 등 그녀의 최신 히트곡은 베이징 시민들을 무아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張의 궁런티위관 공연에는 3가지 신기록이 세워졌다. 첫째는 최고 입장료.로얄석 티킷은 무려 2천위안(약 30만원)
이었다.중국의 보통 노동자가 꼬박 5개월치 월급을 모아야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이다.지금까지의 최고기록은 3백50위안이었다.

둘째는 최다관중.유료관객 5만명은 그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숫자였다.세째는 궁런티위관내 1호 공연이라는 것.지난 20여년간 베이징에서 공연한 가수 중 그 누구도 감히(?)
이곳을 이용하지 못했다.관중 동원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張은 궁런티위관 공연 이후 여세를 몰아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홍콩 공연에 나섰다.가는 곳마다 중국대륙은 들썩였다.張은 올가을에는 싱가포르와 콸라룸푸르에서도 공연했다.

베이징 문화발전공사의 장잉원(張永文)
총경리는 "대만 원주민 피난(卑南)
족 추장의 딸인 張이 펼치는 원주민 특유의 창법과 춤사위가 대륙인들에게 묘한 감동을 준다"고 평하고 "張의 대중적 인기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sk427@netviga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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