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시험족보' 팝니다…출제됐던 문제모아 인터넷 판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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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 급상승,만족 최고…족보(기출문제)
제공합니다."
중·고교의 중간고사가 한창인 요즈음 중·고교 기출문제를 제공하는 '인터넷 족보'홈페이지들이 등장해 교사들이 유사문제 출제를 피하는데 신경을 써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입수학능력 시험이 갈수록 쉽게 출제돼 대입에서 차지하는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는 대신 내신성적 비중이 크게 높아짐에 따라 학생들의 이미 출제된 문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한 홈페이지는 서울시내 1백여개 중·고교의 97년과 98년 중간고사 문제를 입수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원하는 학교를 클릭한뒤 '내려 받기'를 실행하면 문제지를 얻을 수 있는데 과목당 1∼3만원씩을 정해진 계좌번호에 입금시켜야 가능하다. 이 사이트 운영자는 "교내 시험을 철저히 대비시키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아예 사설 학원 수학강사가 학원이 소재한 지역의 중·고교 수학문제를 모아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다.

학원측은 "학원 주변 학교들의 기출 문제가 3년치나 모여있어 학생들이 참고하도록 인터넷에 띄웠다"고 말했다.

또 PC통신에도 "X고 족보 있습니다.메일 주세요"는 게시문이 종종 올라 있어 시험 문제가 '상품화'되고 있는 현상.

이에따라 각 학교 교사들은 '유사 문제 시비'에 걸리지 않기 위해 교사당 1백∼1백50개씩 문제를 뽑아 자기 학교는 물론 인근 학교 문제와 대조해 비슷한 문제를 걸러내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H여고 수학담당 교사(37)
는 "특정 참고서를 참고했다가는 학생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PC통신을 통해 동료 교사들로부터 각 학교 문제들을 받아 참조해왔는데 학생들 역시 족보를 갖고 있어 정작 시험 문제를 낼때마다 고민"이라고 말했다.

배재고 박상준교사는 "학교 인근 학원들이 족보 제작및 제공처"라며 "족보를 구해서 답만 외우는 학생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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