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고 졸업해 잘 나가는 대기업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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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진학 대신 안정적이고, 높은 연봉을 받는 대기업의 정직원으로 입사한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출범한 전국 21개 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이 받는 혜택이다. 청년실업률은 높은데, 삼성과 LG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앞다퉈 이들을 데려가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올 초 삼성전자에 취업한 서울 로봇고 졸업생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국립 구미전자공업고등학교의 수업 현장도 찾아가 봤다.

고교 졸업 후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인력 키워

“좋아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정을 쏟은 덕에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경쟁력을 묻자 최문석(19·서울 로봇고 졸)씨가 겸손하게 대답했다. 그는 올 초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졸업 뒤 흔히 생산직으로 취업하는 다른 전문계고 졸업생들과 달리, 최군은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기획지원팀에 배치돼 기능올림픽 국가대표 인력을 키우고 있다. 젊은 지도교사가 돼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자기 또래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캐나다에서 열린 제40회 국제기능올림픽 모바일 로보틱스 부문에서 친구인 김원영(19·서울 로봇고 졸)씨와 팀을 이뤄 금메달을 땄다. 대회 최연소 금메달 리스트로 MVP까지 됐다. 모바일 로보틱스는 기능올림픽에서 지난해 처음 정식 종목이 됐다. 로봇이 빠른 시간 내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고 로봇을 만드는 직종이다. 로봇 청소기 같은 가전제품부터 자동차를 조립하는 로봇 팔처럼 산업현장의 각종 자동생산설비까지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는 미래유망산업이다.

실험·실패 반복하면 해답 보여

“대회를 준비하느라 1년 동안 수업이 끝난 뒤 학교에서 밤을 지새웠어요. 집에 간 날이 1년 중 한 달도 안돼요. 시행착오를 반복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죠. 그게 제 실력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처음 마련된 종목이라 교재도, 자료도, 경험자의 조언도 없는 상황에서 친구와 함께 온 몸으로 부딪히며 터득해갔다. 시행착오를 수없이 반복했다. “생각을 계속 바꿔가며 실험과 실패를 반복하다 보니해답이 보이더라구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새로운 자료와 정보를 그렇게 하나씩 직접 만들어 갔어요. 친구들이 밤새 연구하는 저희를 보고 미쳤다고 하더군요.”

소질 찾아 갔으면 재능 계발에 집중해야

최씨는 초·중학생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다. 라디오·행글라이더·로봇조립 등 각종 과학탐구대회에 빠지지 않고 출전했다. ‘내가좋아하는 것을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서울 로봇고에 입학했다. 2005년 공고에서 이름을 바꾼 로봇고는 당시만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 ‘공상 만화 같은 걸 가르치진 않을까’ 학부모들의 걱정도 컸다. 전문계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낮아 최군의 부모도 처음엔 반대했다. 그러나 최군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부모를 설득해 입학지원서를 냈다. 최군은 재학중 동아리 활동을 하고 로봇대회에 출전하면서 교과지식을 실전능력으로 키우는 경험을 쌓았다. 동아리에서 선배들과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하며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협력하는 법도 배웠다. 그는 대외 활동 중에도 학교 공부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등하굣길과 쉬는 시간 틈틈이 수업내용을 정리하거나 복습하며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초·중학교 시절 탐구대회에서 막연하게 써먹던 생각이나 방법을 고교에서 체계적 지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어요. 동아리 활동과 대회출전 경험이 로봇에 대한 지식을 더 즐겁게 배우게 한 동기가 됐죠.”

[사진설명]최문석씨가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전자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딜라이트 전시관에서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다.

< 박정식·이지은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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