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 … 어떻게 다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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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Pu-239)을 재처리(추출)해 만드는 플루토늄탄과 고농축우라늄(U-235 90% 이상)으로 만드는 우라늄탄으로 나뉜다.

북한이 2006년과 2009년 함북 길주군 풍계리에서 실시했던 핵실험은 모두 플루토늄탄이다.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는 우라늄탄 제조에 필수적이다. 플루토늄탄 제조는 영변의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징후를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원자로 가동 시간 등으로 플루토늄 추출량의 추산도 가능하다.

반면 우라늄 농축은 지하나 지상 시설에서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는 만큼 정찰위성으로 포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교 소식통은 “과거 우라늄탄 제조를 추진했던 남아공의 비핵화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놀이공원 내 간이 건물 지하에서 원심분리기 시설을 발견해 깜짝 놀란 일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더 긴장하는 이유다.

 우라늄탄은 천연 우라늄 속에 있는 U-235의 비율을 높인 고농축우라늄으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원심분리기가 필요하다. 알루미늄통 속에 천연 우라늄(U-235 성분 0.7%)을 화학 처리한 육불화우라늄을 넣어 분당 5만 회 이상으로 돌리면 질량 차이로 U-235가 가운데 모여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을 얻을 수 있다.

이춘근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수석대표는 “원심분리기는 1∼2m 높이에 지름 10∼20㎝ 정도로, 북한 주장대로 2000개를 설치해도 큰 공간이나 시설이 필요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라늄탄 한 개에 들어가는 고농축우라늄이 20∼30㎏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북한이 원심분리기 2000개를 실제 돌리고 있다면 구형 원심분리기(P1)일 경우 1년에 한 개, 개량형(P2)일 경우 최대 두 개의 우라늄탄을 만들 수 있다”고 추산했다.

플루토늄탄은 원자로에서 태우다 꺼낸 사용후 핵연료봉을 재처리시설(북한은 방사화학실험실)에서 화학처리해 얻는 플루토늄으로 만든다.

 우라늄탄 제조에 쓰이는 ‘포신형’ 방식은 플루토늄탄의 ‘내폭형’ 방식에 비해 제작이 쉽다. 우라늄탄은 핵실험 없이 실전 배치돼 왔다. 첫 우라늄탄인 미국의 ‘리틀보이’도 핵실험 없이 일본에 투하됐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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