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수도까지 ‘콜레라 폭동’ 확산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미의 섬나라 아이티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콜레라가 창궐해 1000명 이상이 숨진 가운데 병의 진원지가 유엔평화유지군 기지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곳곳에서 이에 항의하는 폭동이 일어나고 있다. 북부 지역에선 진압 과정에서 유엔군 발포로 2명이 숨졌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도 17일(현지시간) 시위가 발생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폭동이 처음 시작된 곳은 북부의 아이티 제2도시 카프아이시앵이다. 이 지역 주민 수천 명은 15일 “지난달 네팔 군인들이 온 다음부터 콜레라가 퍼졌다”며 유엔군을 상대로 격렬한 투석전을 벌였다. 경찰서가 불탔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창고가 약탈당했다. 시위는 인근 카르티에모랭과 엔치 등으로도 번졌다. 시위대는 16일에도 마을 외곽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유엔은 이에 대해 네팔군의 책임을 부인하며 “시위에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티는 28일 대통령·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현재 아이티를 휩쓸고 있는 콜레라가 남아시아 계열로 이전까지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던 종류인 만큼 “실제 유엔군이 관련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은 “폭력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시위대의 자제를 촉구했다. 현재 이 지역은 폭동으로 인해 유엔·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기구는 물론 옥스팜 등 민간단체의 구호 활동까지 중단된 상태다.

 한편 아이티 보건 당국은 16일 “주말까지 1034명이 콜레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환자 숫자는 1만6700명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민간 단체들은 실제 피해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