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미국 연방준비제도) 사면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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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사면초가 신세에 몰리고 있다. 이달 초 단행한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 조치 때문이다. 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선 중국·독일·일본 등으로부터 집중 공박을 당했다. 여기다 이번엔 미 국내 보수 경제학자의 도마에 오르게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의 보수 경제학자 및 공화당 정책가 20명은 이번주 벤 버냉키 Fed 의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광고를 WSJ와 뉴욕타임스(NYT)에 게재할 예정이다. 이들은 “국채 매입을 통한 Fed의 돈 풀기는 환율 안정을 해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며 “Fed가 의도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할 인물엔 ▶부시 부자 정부에서 자문역을 맡았던 스탠퍼드대 마이클 보스킨과 존 테일러 교수 ▶보수 싱크탱크 기업연구소(AEI) 케빈 해셋 ▶전 의회 예산국장이자 존 메케인 상원의원 자문역을 역임한 홀츠 이어킨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 윌리엄 크리스톨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캠페인에 앞서 차기 공화당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을 비롯해 차기 하원 예산위원장 폴 라이언(위스콘신)과도 조율을 거쳤다고 WSJ는 전했다. 역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티파티’의 대모(代母) 세라 페일린도 Fed의 양적 완화 조치를 옹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공화당은 내년 1월 새 의회가 구성된 뒤 양적 완화 조치를 정치쟁점화할 태세다.

 관점은 다르지만 Fed는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압력을 받고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전까지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이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와 폴 크루그먼 같은 민주당 성향의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양적 완화만으론 부족하다며 경기부양을 위해선 추가적인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Fed의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정치쟁점화하는 데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도우파 싱크탱크인 ‘전미 정책분석센터(NCPA)’ 밥 맥티어는 “경제학자들이 Fed 정책을 정치 이슈로 삼으려는 건 불행한 일”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Fed를 흔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파든 좌파든 포퓰리스트의 공통점은 권위에 대한 도전에 혈안이라는 점”이라며 “Fed는 그들에게 좋은 공격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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