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ssue&] 창의력 키우려면 회의문화부터 바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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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중국과 미국으로 근거지를 옮긴 지 벌써 3년째다. 지난 3년간 해외에서 느낀 ‘차이’ 가운데 반드시 한국 기업이 배워야 할 것으로 나는 회의 문화를 첫손에 꼽는다. 해외에서 채용한 직원들과 회의할 때는 직급과 경력·성별·나이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다. 다른 의견도 진심으로 존중하고 수용한다. 이들은 늘 그래왔기에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차이가 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환경 속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요즘 기업 경쟁력의 화두로 꼽히는 창의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이런 환경이 가장 먼저 조성돼야 할 것이다.

 기업의 창의성은 업무 능력이나 성과와는 달리 금전적·물리적 보상으로 쉽게 활성화되지 않는다. 창의 경영은 위험을 감수하는 대담한 모험심을 필요로 한다. 또 치밀한 준비와 집요한 끈기가 수반돼야 한다. 따라서 한 조직에서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존중하는 자세, 다양한 재능·경험·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럼 없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분위기가 갖추어졌을 때 창의성이 발현되고 성과가 창출되는 것이다.

 3M이나 구글의 성공스토리를 살펴보면 창의력 제고 환경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3M은 대표 상품 중 하나인 ‘포스트잇(Post-it)’을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통해 개발했다. 근무시간 중 15%를 자신이 원하는 일에 쓸 수 있도록 독려하는 ‘15% 룰(Rule)’을 도입해 개인이 창의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이를 통해 ‘포스트잇’을 개발했다.

 구글도 3M과 비슷한 ‘20% 여유’ 규정으로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었다. 구글 직원들에게 근무시간 중 20%를 회사 업무가 아닌 개인 프로젝트에 할애하도록 의무화한 규정이다. 일주일 중 하루를 자유와 창의성에 투자한 결과 구글 검색, G메일, 구글 스카이 등 핵심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

 한경희생활과학도 기존에 없던 ‘스팀청소기’라는 새로운 상품으로 성공했고, 이것이 기업 정신이 돼 ‘온리 원(Only one)’ 제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아이디어 경영제도’를 도입했다. 직급과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개진할 수 있는 제도로, 이를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아이디어 제안 게시판인 ‘싱크 타임(Think Time)’,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가족 아이디어 공모전’, 팀 단위 아이디어 제안 제도인 ‘프로젝트팀’을 가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월 평균 100여 건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성공에 필요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이를 위한 환경을 지금부터라도 고민해 보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창의적인 해결책이 요구될 때 우리가 흔히 활용하는 아이디어 발상 기법인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보자. 브레인스토밍은 작은 집단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방법으로,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어떠한 아이디어도 바보스럽거나 틀렸다고 보지 않는 것, 서로 비판을 하지 않고 여기서 나아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도록 격려하는 것, 그리고 자기가 남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결합시키거나 개선해 제3의 아이디어를 내보도록 노력하는 것 등이다.

 이 원칙에는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키워드가 담겨 있다. 바로 자율과 존중, 참여의 정신이다. 지금 개인이 속한 기업이나 조직에 창의적인 기업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면 회의 시간에 ‘브레인스토밍’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부터 체크하자. 이게 제대로 지켜진다면 창의적인 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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