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차기 의장 사르코지 ‘국제 통화체제 개혁’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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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뒤쪽 가운데)이 12일 G20 정상회의 본회의장에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제 때가 왔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나와 개별 회견장에 들어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 정상회의 주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국제 통화시스템 개혁’을 첫머리에 올렸다. 프랑스는 내년 G20 의장국이자 내년 11월에 열리는 다음 정상회의 개최국이다.

 이 문제는 그동안 사르코지 대통령이 각별히 공을 들여온 주제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너무 오래 누리고 있다”고 각을 세워왔다.

 당시에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이 주제가 이제 공식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각국이 통화전쟁을 치르며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2년 전 브레턴우즈 체제의 대안을 찾자고 했을 때는 나를 외계인처럼 바라보던 사람들이 이제 프랑스에 이 문제를 준비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이는 엄청난 진전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2011년 1월 중국에서 이 주제로 세미나를 열기로 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중국은 이번 통화전쟁에서 미국과 가장 강하게 대립한 나라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가 제안했고 중국이 이를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가 자기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중국을 원군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는 또 “독일·브라질과도 이 문제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나라 역시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밖에도 몇 가지 굵직한 의제를 다음 정상회의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에너지와 곡물 등 원자재의 변동성을 규제하는 방안과 금융회사 상여금 문제, 혁신적 개발 재원을 마련해 유엔에 제공하는 것 등이다. 특히 조세 피난처와 관련해선 “비협조적인 지역에 대해선 보고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내년 G20 정상회의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의회를 통과한 연금개혁법과 정치자금 추문으로 그의 지지율은 급락하고 있다. 이를 G20 정상회의의 성공으로 만회해 이듬해 대선을 승리로 이끈다는 게 사르코지의 구상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잘만 해결된다면 국제적인 조명을 받을 수 있는 크고 굵직한 주제에 집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 이슈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해 실마리를 쉽게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역사는 안타깝게도 큰 주제에 대한 논의는, 작고 현실적인 목표에 집중하지 못한 탓에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제안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 대한 2단계 논의도 내년까지 계속된다. 이번 금융위기를 증폭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제 신용평가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도 여기에 포함된다. G20 상설 사무국을 만드는 문제도 프랑스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편 다음 정상회의가 열리는 도시는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인 칸으로 결정됐다. 해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다. 원래 파리가 유력 후보였지만 경호와 접근성 등에서 칸이 앞섰다는 게 프랑스 언론의 평가다.

최현철 기자

사르코지가 제시한 다음 회의 의제

①국제통화 시스템 개혁

②원자재 변동성 규제

③글로벌 거버넌스 개혁

④금융사 상여금

⑤혁신적 개발 재원 마련 및 유엔 전달

⑥조세피난처(비협조 지역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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