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동양방송) 시간여행] 24회 외래 사치품 단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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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위 수출국. 지난해 우리나라가 국제무역에서 기록한 성적입니다. 무려 3640억 달러 어치를 내다팔아 세계 수출의 2.9%를 차지했습니다. 수입도 3230만 달러로 세계 12위입니다. 거래 장벽 없이 물건을 주고받는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경제자립과 산업화를 부르짖던 과거 사정은 달랐습니다.

1960년대와 70년대,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 근처의 갻도깨비 시장갽, 반도아케이드 등에는 한 달이 멀다하고 단속반이 들이닥쳤습니다. 유통이 금지된 외래품 거래를 단속하기 위한 것이었죠. 의류ㆍ통조림ㆍ화장품ㆍ양주 등 단속 품목도 다양했습니다. 한 번 단속반이 뜨면 많게는 1t트럭 여섯 대 분량의 물건이 압수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밀수로 들어오거나 주한 미군 PX에서 밀반출된 제품들이었습니다.

이런 단속은 1961년 9월 갻특정외래품 판매 금지법갽이 제정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내 산업의 보호와 건전한 국민 경제의 발전을 위해 사치성 있는 특정 외래품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며 이 법을 만들었습니다. 전자 부품과 라디오, 고급시계는 물론 커피ㆍ홍차까지 단속 품목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발전하고 국제 교류가 늘면서 단속 품목이 점점 줄어들더니 1982년에는 법도 폐지됐습니다.

한국무역협는 우리나라의 무역 규모가 이르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선다고 추산합니다.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도 하나 둘 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갻우리 물건을 많이 수출하기 위해 외래품의 소비를 더 해야한다갽는 주장이 설득력 있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TBC 시간여행이었습니다.

글=문병주 기자, 영상=최영기 PD, 차주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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