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스승에 그 제자 … 황금발이 황금발 낳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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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황금발 임근재 감독(오른쪽)과 제자 황금발 유병수가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임 감독은 “스타가 됐으니 수염도 깎고 머리도 단정하게 가꿔라”고 조언했다. [김도훈 인턴기자]

“병수야, 황금발 가입을 축하한다. 파릇파릇한 막내가 들어왔으니 우리 팀 전력도 좋아지겠어.”(임근재·1992년 프로축구 득점왕)

 “감사합니다 선생님. 골키퍼는 키 큰 우성용(1m92㎝) 선배가 있으니 저는 수비수로 열심히 뛸게요.”(유병수·2010년 K-리그 득점왕)

 유병수(22·인천 유나이티드)는 올 시즌 K-리그에서 22골로 득점 1위에 올랐다. 국내 선수가 득점왕이 되면 역대 K-리그 득점왕 모임인 ‘황금발’에 자동 가입한다. 유병수는 지난해 이동국(전북)에 이어 17번째 정회원이 됐다.

 황금발은 1년에 몇 차례 친선 경기를 벌여 수익금으로 축구 꿈나무를 돕는다. 초대 득점왕 박윤기(개인사업)씨를 비롯해 이기근(횡성FC 감독), 김현석(울산 코치), 신태용(성남 감독) 등 한국 축구를 주름잡았던 골잡이들이지만 대부분 40고개를 넘어섰다. 게다가 모두 공격수 출신이라 수비수나 골키퍼 자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막내 유병수의 가입은 회원들에겐 반가운 뉴스다.

 유병수를 발굴해 재목으로 키운 지도자도 황금발 회원인 임근재(41) 대신고 감독이다. 임 감독은 대신고 코치 시절인 2003년 서울 둔촌중 3학년이던 유병수를 점찍었다. 돌파력과 슈팅력이 뛰어난 데다 근성이 돋보였기 때문이었다. 유병수를 대신고로 스카우트해 ‘골 넣는 노하우’를 전수했다. 조재진(감바 오사카), 정조국(FC 서울) 등을 가르칠 때 써먹었던 ‘아이스크림 내기’도 했다. 좌우에서 크로스한 볼을 발리슛해 골을 적게 넣은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는 것이었다.

 임 감독이 2005년 보인고 감독으로 가면서 둘은 헤어졌다. 언남고로 전학한 유병수는 홍익대 2학년이던 2008년 드래프트에서 인천에 지명됐다. 지난해 14골 4도움의 특급 활약을 펼쳤지만 김영후(강원)와의 신인왕 경쟁에서 아쉽게 졌다. 올 시즌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유병수는 ‘인천의 호날두’로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뽐냈다.

 두 사람이 지난 4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났다. 유병수는 “선생님의 세심한 가르침이 내 축구의 경쟁력”이라며 “각기 다른 찬스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골을 만들 수 있는지 가르쳐 주셨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임 감독은 “골을 많이 넣을수록 동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그것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 감독이 보인고 시절 가르쳤던 구자철(제주)은 도움왕에 등극했다. 임 감독은 K-리그 시즌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배출한 최초의 지도자가 됐다.

인천=정영재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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