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에도 올레길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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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왕산리의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정문을 들어서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행렬이 방문객을 맞는다.

중앙로를 따라 늘어선 은행나무 길을 걷다가 캠퍼스 중심의 후생관을 지나자 작은 연못이 나온다. ‘거울이 맑으면 먼지가 앉지 않으며, 먼지가 앉으면 맑지 않아 비출 수가 없다. 사람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는 일이 없이 그쳐 있는 물을 거울로 삼는다(명경지수·明鏡止水)’는 중국의 고전 『장자(莊子)』의 구절을 따 ‘명수당(明水塘)’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학생들과 산책 나온 시민이 연못을 거닐며 가을 정취를 즐긴다.

 연못 뒤를 돌아가자 20m는 족히 될 삼각뿔 모양의 메타세쿼이아 20여 그루가 이국적인 정취를 뽐낸다. 이 길을 지나면 배운 것을 모두 잊는다고 해서 ‘망각의 숲’이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길을 옮겨 놓은 듯하다. 캠퍼스를 겹겹이 둘러싼 울창한 숲의 단풍은 이때가 절정이다. 캠퍼스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리지만 곳곳에 숨은 풍경을 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외대는 캠퍼스의 산책로를 올레길로 정비해 내년 초 정식 개방하기로 했다.

 외대 올레길은 정문으로부터 4.85㎞ 길이의 4개 코스로 학교 전체를 돌아볼 수 있게 꾸몄다. 올레길은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녹색으로 물든 울창한 숲,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단풍을 만끽할 수 있다. 겨울의 설경도 빼어나다. 코스를 따라 경관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는 또 다른 멋이 있다.

 올레길 정비사업은 내년 초까지이지만 지금도 누구나 이 길을 이용할 수 있다.

학교 측은 이 길을 캠퍼스를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박철 총장은 “용인캠퍼스 설립 30주년을 기점으로 지역에 기여하는 글로벌 명문으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용인=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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