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항암 치료 … 잘 맞는 약 찾는 기술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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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항암제가 맞는지 안 맞는지 시험하는 시험관. 30여종의 항암제를 각각 이 시험관에 넣은 뒤 암세포가 가장 잘 죽는 것을 찾아 환자에 투여한다.

'숭숭 빠진 머리카락,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구토, 그리고 이에 지친 듯 초췌한 표정.'

흔히 TV나 영화에서 묘사되는 암환자의 모습이다. 누구나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이런 과정을 거칠 것으로 여기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원자력병원 홍영준(진단검사과)의사는 "탈모나 구토 등은 항암제에 대한 부작용 때문이며 체질에 맞는 항암제로 치료를 받으면 이런 부작용을 덜 겪고 치료율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병원에서 쓰이고 있는 항암제는 30종 이상. 이 중에서 '궁합이 맞는' 항암제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환자마다 면역기능 등 저항능력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맞지 않는 항암제로 치료를 시작할 경우 부작용은 물론 암세포에 내성까지 생겨 더 강한 항암제를 써도 듣지 않는 악순환까지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메타바이오㈜는 미국의 암 전문업체 '안티캔서(AntiCancer)'사와 공동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신기술 개발에 성공, 올 초부터 상용화에 들어갔다. '3차원 조직배양 항암제 감수성검사(3D-HDRA)'로 불리는 이 기술은 항암치료 전 떼어낸 환자의 암 조직을 실험실로 가져가 여러 종류의 항암제와 미리 반응시켜 보는 방식이다.

먼저 내시경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의 암 조직을 떼어내 특수 배양용기에 담는다.암세포가 담긴 용기 숫자는 항암제 종류만큼 준비한다. 그리고 암세포에 공급할 영양분 속엔 각각 다른 항암제를 섞는다. 이들을 체내와 비슷한 환경(37℃, 이산화탄소 5%)의 인큐베이터 안에 닷새 동안 저장한 뒤 꺼내 보면 각각의 조직들은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항암제가 잘 작용해 암세포가 죽은 조직은 그 자리가 하얗게 변해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새까만 암세포가 남아있게 된다.

이 결과를 그래프로 정리하면 그 환자에게 잘 맞는 항암제와 그렇지 않은 것을 일목요연하게 나타낼 수 있다. 의사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에 사용할 항암제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올 초 보건복지부는 이 검사법을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으로 고시, 일반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현재 원자력병원.서울아산병원.이대병원.경희대병원 등 11개 종합병원에서 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메타바이오 김문보 대표는 "현재 전체적으로 20~40%대에 머물고 있는 암치료 후 생존율을 두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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