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퇴원… 바티칸 "고민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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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3일 이탈리아 로마 게멜리 병원에서 퇴원, 군중의 환호 속에 바티칸으로 향하고 있다. [로마 AP=연합]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3일 밤 퇴원했다. 호흡곤란으로 기관절개 수술을 받은 지 18일 만이다. 그러나 공식 업무를 재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고령(84세)인 데다 지병인 파킨슨병을 오래 앓아와 언제든지 다시 병원에 실려갈 수 있는 상황이다.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최근 "바티칸이 고민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고민은 교황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한데도 첨단 의학 덕분에 연명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교황은 날로 기력이 쇠약해지고 있다. 거동을 위해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할 때가 많다. 필담이 필요할 정도로 의사소통에 곤란을 겪을 때도 있다.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의 바티칸 특파원 존 앨런은 "최근 들어 교황은 멀쩡할 때와 정신이 없어 보일 때가 번갈아 오는 것 같다"며 "공식 일정을 줄이고 투약방법 등을 조절하는 것은 더 이상 근본적 해결방법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교황이 살아 있으면서도 스스로 사임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점이다. 가톨릭 교회법에 따르면 교황의 사임은 오로지 자의에 의한 것만 인정받는다.

'인사이드 바티칸'의 저자 토마스 리즈 신부는 "교황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정신적으로 무능력해진다면 바티칸으로서는 속수무책"이라며 "가톨릭 교회에 중대한 헌정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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