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씨는 살아났는데…] 지방 경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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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경제는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매출이 늘어 봄바람을 맞고 있지만, 재래시장과 음식점 등엔 아직 찬바람이 불고 있다.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제조업 생산은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소비.투자와 비제조업의 생산은 아직 부진하다.

수출기업과 대형 유통업체 상승세, 내수기업과 재래시장 하락세 현상은 지방에서 더욱 굳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광주광역시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남광주시장. 안쪽으로 늘어선 의류.식품.잡화점을 찾는 사람이 한나절 내내 손에 꼽을 정도다.

이곳에서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순초(60)씨는 "요즘 주문이 지난해만 못하다"며 "그나마 물건을 가져가는 식당이 장사가 되지 않아 외상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과 제조업체는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지방 대형 백화점의 1~2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5% 늘었다. 광주상공회의소 홍호표 기획조사부장은 "근로자와 학생들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지방 중소기업은 수출.내수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수출을 주로 하는 대기업의 협력업체는 매출이 늘고 있지만 내수를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은 아직도 울상이다. 대전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대창열처리의 김승준 대표는 "자동차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덕분에 1, 2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대전 1, 2공단 관리사무소 박상돈 관리부장은 "이곳에 입주한 130여개 중소기업 대부분은 아직 경기 회복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충남 금산의 패널 제조업체인 대산철강 한평용 대표도 "경기 회복은 정부의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며 "일감이 없기는 지난해나 올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방 금융경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제조업 생산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다. 6개 권역 가운데 대전.충청권 증가율이 11%로 가장 높았으며 인천.경기(9.6%), 대구.경북(9.2%), 부산.울산(9.2%), 광주.전남북(6.6%)이 뒤를 이었다. 특히 강원.제주 지역은 제조업이 감소세를 보이고 관광수입도 크게 둔화됐다.

◆특별취재팀=정경민.김종윤.허귀식.김원배.김창규.김영훈 기자(이상 경제부), 이현상.박혜민.이철재 기자(이상 산업부), 서미숙 기자(중앙일보조인스랜드), 광주.대전=천창환.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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