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동의 중국통신] 창하오 몫은 11만 달러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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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5회 응씨배에서 우승을 거둔 중국의 창하오 9단은 세계대회 결승 진출 일곱 번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6전7기의 감격을 누렸다. 또 응씨배에 맺힌 중국인의 16년 한을 풀었다.

창하오의 모친은 전화 통화에서 "네가 바둑을 배운 지 22년 만에 정상에 올랐구나"라며 감격해했다. 이번 결승전 중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던 3국은 장장 9시간반 동안 서로 벌점을 받아가며 난투극을 벌였는데 이는 창하오의 일생에서 가장 긴 바둑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창하오는 40만 달러의 상금을 받았지만 실제 돌아가는 몫은 11만2000달러로 전체의 28% 정도다. 중국은 상금에서 20%의 세금을 제한 뒤 남은 금액의 65%는 체육총국과 중국기원 등 관계 기관에 내고 35%만 자신이 갖는다.

'6소룡' 중에서 창하오는 세계대회 첫 우승자가 됐다. 5년 전 위빈(兪斌) 9단도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 우승은 녜웨이핑-마샤오춘-창하오로 이어지는 중국 바둑계보의 중심인물이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더 높이 평가되고 있다.

창하오는 "이창호를 이겼으면 기쁨이 더했을 것이다. 다음에 이창호를 만나면 좀 더 자연스럽게 대국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장 아쉬웠던 한판으로 1998년 이창호와의 후지쓰배 결승전을 꼽았다. 창하오는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올라 이창호와 우승컵을 놓고 첫 대결을 펼쳤다. 창하오는 종반에 가서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실수를 하여 반집패로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창호와의 악연(?)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김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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