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국내파 vs 해외파 … 자존심 건 세 번째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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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4월 서희경(24·하이트)이 LPGA 투어 KIA 클래식에서 우승했을 때 그에게 샴페인을 뿌려준 한국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서희경이 LPGA 투어 회원이 아니라 KLPGA 투어 최고 선수 자격으로 나온 초청자였기 때문이다. LPGA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일부는 “LPGA 투어 대회가 줄었는데 손님이 우승컵을 가져가는 게 기분이 나빴다. 한 수 아래로 생각했던 KLPGA 투어 선수에게 져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LPGA 투어 진출 선수들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에 나와 빚을 갚았다. 지난 9월 열린 KLPGA 선수권에서다. 신지애(22·미래에셋)는 첫 홀 이글을 잡는 등 초반부터 KLPGA 선수들을 압도하며 4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역시 해외파인 최나연(22·SK텔레콤)도 국내 투어 장타자로 알려진 양수진(19·넵스)을 드라이버 거리에서 15야드 정도 압도하면서 3위에 올랐다.

 과거 KLPGA 투어 강자들은 LPGA 투어로 가는 게 당연했다. 정상급 선수들은 LPGA 투어에서 만날 거라는 동질감이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고 있다. LPGA 투어는 이동거리가 길고 경쟁도 심하다. 또 한국 선수가 너무 많다는 눈총도 받는다. 정말 최고를 노리는 선수가 아니면 LPGA 투어를 부담스러워한다. KLPGA 투어와 LPGA 선수들 사이에 소통은 막히고 있다.

 29일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시작되는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국내파와 해외파가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 올 시즌 세 번째 대결이다.

해외파 국내 선수는 19명이고 신지애·최나연·김송희(하이트)·김인경(하나금융그룹) 등 88년생 세리 키드가 주역이다. 국내파는 이보미(22·하이마트)·안신애(20·비씨카드)·양수진 등 16명이 나간다. 그들은 “국내에서는 KLPGA 선수가 우승해야 한다”며 기세를 올린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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