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일 우정 다지는 2000㎞ 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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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환갑을 맞은 한 일본인 전직 광고인이 9일 '한.일 우정의 2000㎞ 도보여행'에 나섰다. 일본 내 3대 광고대행사 중 하나인 하쿠호도의 서울사무소장을 지낸 마미야 다케미(間宮武美)가 주인공이다.

그는 이날 자택이 있는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를 출발, 약 80일간의 도보여행(5월 28일 서울 도착 예정)을 시작했다. 가마쿠라~나고야~교토~시모노세키를 거쳐 페리를 타고 부산에 도착한 뒤 울산~경주~안동~원주~서울에 이르는 여정이다.

▶ 한~일 도보여행에 나선 마미야 다케미가 9일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의 해안가를 걸어가고 있다.

도보여행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그는 "'한.일 우정의 해'를 맞아 양국 국민이 같은 바다를 끼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년퇴직 후 "정부나 민간단체가 아닌 개인의 힘으로 '우정의 해'에 도움이 되는 일이 뭐 없을까 생각하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의 키워드도 '지금 집(가마쿠라)에서 옛날 집(서울)잇기'다. 그는 "1999년 7월부터 5년간 서울 주재원으로 있었을 때 경험했던 한국인들의 다정함에 보은하고 싶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0㎏이 넘는 배낭을 메고 하루에 약 35㎞씩 걸을 계획이다. 1주일에 하루는 휴식하기로 했다. 숙소는 발길 닿는 대로 가까운 여관이나 여인숙을 이용할 생각이다. 서울에서 5년 근무하는 동안 중앙마라톤 등 18차례의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을 정도로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한다.

마미야는 자신의 홈페이지(www.kamakura-seoul2005.com)에 도보 코스와 일정을 매일 알려 자신의 취지에 동참하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의 일부 구간에선 지인들과 지역 관계자들이 동참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독도문제 등으로 한.일간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데 대해서는 "내가 아는 한국은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일본인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나라가 아니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동안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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