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 사당 박정희 친필 현판, 40대가 떼낸 뒤 도끼로 부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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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덕산면 충의사 내 매헌(梅軒) 윤봉길(1902~32년)의사의 사당에 걸려 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현판이 1일 한 지방 문화원장에 의해 무단 철거됐다.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철거된 것은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 국민연대가 2001년 11월 서울 종로 탑골공원의'삼일문'을 철거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충남 서천문화원 양수철(46.전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원장은 1일 오전 7시40분쯤 2m 높이의 충의사 담을 넘어 손으로 현판을 떼어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윤봉길 의사의 사당'충의사' 현판을 전 민족문제 연구소 충남 지부장 양수철씨가 뗀 뒤 발로 부수려 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양씨가 세동강 난 현판을 독립기념관 앞에서 들어 보이고 있다.[오마이 뉴스 제공]

당시 충의사 관리사무소에는 직원(6명)들이 출근하기 전이어서 아무도 없었다. 충의사 측은 오전 9시쯤 직원들이 출근해 현판이 없어진 것을 확인,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자진 출두한 양씨를 절도 및 공용물 손상 등의 혐의(7년이하 징역이나 벌금 1000만원)로 불구속 입건했다.

양씨는 현판을 이날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앞마당에 전시했다. 양씨는 독립기념관으로 향하던 중 도로변에서 현판이 다시 내걸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있던 도끼로 현판을 세 조각으로 부수었다.

양씨는 현판 옆에 "이 글은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박 전 대통령의 창씨개명 이름)가 자신의 행적을 숨기기 위해 써놓은 것이며 광복 60주년을 맞아 철거했다"고 A4 용지에 적어 붙여놓았다.

양씨는 지난해 1월 충의사에서 집회를 열고 현판 철거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에는 현판을 철거하려다 충의사 직원들의 제지로 실패한 바 있다.

이 현판은 박 전 대통령이 68년 4월 29일 충의사 준공식에 참석, 기념행사를 하면서 내걸었다. 현판 크기는 가로 150㎝, 세로 60㎝다.

충의사는 67년 윤봉길 의사 생가 주변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됐으며, 본전에는 윤 의사의 영정이 봉안돼 있다. 이 가운데 생가터 4만2000여평이 사적 229호로 지정돼 있고 본전 및 현판 등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다.

예산=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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