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 이문제] 용유도 포장마차 양성화…주민·상인 모두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세계적인 공항 바로 옆에 흉물스러운 포장마차가 웬말입니까. 모두 없애야 합니다."(현지 주민)

"그동안 가만히 놔뒀다가 갑자기 철거하면 어떻게 먹고 살라는 겁니까."(포장마차 상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중구 용유도 일대에 들어선 불법 포장마차를 강제 철거하려던 방침을 바꿔 '포장마차 특화거리'를 조성키로 하자 현지 주민은 물론 포장마차 상인들도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다음달부터 기존 포장마차를 철거한 뒤 특화거리 조성사업에 나설 계획이어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경제자유구역인 이 일대를 인천시가 2020년까지 외자를 유치해 국제적인 휴양관광단지로 개발하려는 곳이다.

◆ 포장마차 난립=경제자유구역인 인천국제공항 서쪽 용유도 해안가를 따라 불법 포장마차 200여개가 빼곡히 늘어서 있다.

2000년 인천공항고속도로 영종대교가 개통돼 수도권 주민들의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으면서 포장마차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이들은 해안가 나무를 베어내고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수족관과 이동식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다.

◆ 포장마차 양성화=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최근 "용유도 해안의 불법 포장마차들을 한 곳에 모아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는 포장마차 특화거리(관광 포장마차촌)를 조성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강제 철거하더라도 무허가 포장마차가 다시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차라리 일정 규모로 양성화해 주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기존 불법 포장마차들을 철거하고 덕교동 103번지 일대 1200평에 관광 포장마차 단지를 조성해 2평 규모의 65개 점포를 만들어 용유도 원주민에게 25개 점포를 배분하고 나머지 40개를 입찰 또는 추첨을 통해 임대할 계획이다.

◆ 현지 주민과 상인 반발=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주민들은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강제 철거하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포장마차 영업을 양성화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입을 모았다.

또 "입찰이나 추첨에 떨어진 상당수 무허가 포장마차 상인들이 다시 불법 영업에 나설 것이 뻔해 포장마차 문제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곳에서 두부집을 운영하는 최모(56)씨는 "아름다운 해변에 포장마차가 마구잡이로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휴식처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며 "세금을 내고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음식점들이 손님을 뺏겨 손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포장마차 상인들도 "2평짜리 점포로 무슨 영업을 하겠느냐"며 "입찰이나 추첨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강제 철거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관광객 윤성현(32.경기도 광명시)씨는 "관광객들은 포장마차보다 깨끗하고 조용한 바다를 원한다"며 "아름다운 해변 경관이 더 이상 망가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기환.정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