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EU FTA, 미국 내 반응 두 갈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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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한국과 유럽연합(EU)이 6일(이하 현지시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자 미국 경제계엔 비상이 걸렸다. 예정대로 내년 7월 한·EU FTA가 발효하면 유럽과 경쟁하는 미국 자동차·농업·금융·화학·제약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의 분위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공화당 일각에서 한·미 FTA의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긴 했으나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정치인으로선 한·미 FTA에 대한 미국민의 거부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6일 한·EU의 FTA 서명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상공회의소는 몸이 달았다. EU가 한국과 FTA를 먼저 체결하면 미국에서 연간 3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며 의회를 설득하고 나섰다. 수출기업이 많은 지역구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데이비드 캠프 의원과 하원 무역 소위원회 간사인 공화당 케빈 브래디 의원은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작 여당인 민주당의 분위기는 냉랭하다. FTA에 대한 여론이 아직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 NBC방송과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공동으로 지난달 하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FTA 체결이 고용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는 응답은 고작 18%에 그쳤다. 69%는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답했다. 11월 2일 중간선거에서 고전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선 한·미 FTA를 선거 이슈로 부각하기 어려운 형편인 셈이다.

조지타운대 빅터 차 교수는 “미국 유권자의 과반은 아직도 FTA를 기회라기보단 일자리를 잃게 만들 수 있는 도전으로 보고 있다”며 “한·미 FTA 논의도 중간선거가 끝난 뒤에나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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