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의 서울 트위터] 담배 연기 피하려다 ‘건널목 댄스녀’ 될 뻔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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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저, 오늘도 맞았습니다.

점심시간 일입니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가을볕이 참 좋았습니다. 숨을 한껏 들이마시려는데 앞에 선 사람이 톡톡 담뱃재를 털어냈습니다. 곱게 차려 입은 치마 위로 너울너울 날아오더군요.

그래요, 오늘도 맞았습니다. 담뱃재. 그리고 담배 냄새.

옆으로 피하려다 하이힐 신은 다리가 꼬여 아찔한 ‘스텝’도 밟았죠. ‘건널목 댄스녀’로 인터넷에 오를 뻔했습니다. 이것 참, 담배 연기 피하기도 쉽지가 않네요. 담배 안 피우면 뭐 하나, 술자리에서 머리 굴려가며 담배 연기 안 오는 곳에 앉으면 뭐 하나…. 세상사 맘대로 안 되네요.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제 인격에 문제가 없기를 바라며 메신저로 트위터로 여기저기 물었습니다. 길거리 흡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우선 “출근시간, 점심시간에는 사람이 많아 피할 곳도 없고 정말 짜증난다” “가래침을 같이 뱉어주고 싶다”는 비흡연자들의 호소가 귀를 때립니다. “피우고 싶은 자유를 어찌 막느냐”는 쿨한 분도 계시네요. “난 흡연자일 때도 거리에서 맞는 담배 연기는 싫었다”는 고백도 있습니다. 흡연자들은 “정말 담배 피울 곳 없다”며 “흡연할 자유를 존중해달라”고 울상입니다.

서울시에서도 많이 고민했나 봅니다. 지난 6월, 금연구역을 어디까지 할 것이냐를 두고 공청회를 열었죠. 금연구역을 시 조례로 지정하고, 그곳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이 6월 공포됐거든요. 공청회를 열기 전 시에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금연구역 확대 찬성률이 90.1%로 나왔답니다.

하지만 시는 조례안을 확정한 이후에도 ‘비공개’ 상태로 입법예고를 하지 않고 있었죠. 왜냐고요? 그만큼 예민하다는 얘기죠. 이번엔 서울시의회가 나섰습니다. 이번 (226회) 임시회에 버스정류장, 학교 인근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안을 상정한 거죠. 하지만 이 조례안에도 길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정한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결국 흡연하시는 분들의 ‘마음’에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심을 가득 담아 네 살 아들을 키우는 선배의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담배 피우는 건 좋은데, 길에서는 안 피웠으면 좋겠어. 담배 들고 있는 앞사람 손이 세상에, 우리 애 눈높이더라.”

 임주리 기자

※주리의 ‘서울 트위터’에서는 서울에 사는 모든 분의 소소한 제보와 숨겨둔 질문을 받습니다. 제 아이디 ‘ohmaju’ 트위터에서 같이 얘기해요. “이런 게 기삿거리가 되나요?”라는 소심함은 접어두세요. 함께 서울 트위터를 만들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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