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로 보는 세상] 玩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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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완(玩)과 롱(弄)이라는 두 글자의 새김은 ‘무엇인가를 가지고 노는 것’이다. 두 글자를 한데 모으면 역시 ‘놀다’라는 뜻이 된다. 공통적인 것은 두 글자에 모두 옥(玉)을 뜻하는 글자(王)가 들어 있다는 점이다.

옥은 일종의 보석(寶石)이다. 이를 손에 쥐고서 이리저리 살펴보며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행위를 표현하는 글자가 완과 롱이다. 특히 롱이라는 글자는 옥을 두 손으로 잡고 있는 상태를 표현했다.

그러나 가지고 노는 대상이 어디 옥기(玉器)에만 그칠 텐가. 사람의 욕구는 무한정이라서 제 품에 좋은 것 모두를 끌어들여 즐기려 들게 마련이다. 어느 경우는 인간의 욕구에 따른 것이라 정당함을 인정받지만, 도가 지나치면 역시 비난의 대상이다.

두 글자 모두 칭찬(褒)과 비판(貶)의 양면성을 띤다. 빼어난 요리의 맛을 즐기는 것은 완미(玩味), 글이 지닌 깊은 뜻을 찾는 행위는 완색(玩索)이다. 화초를 기르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은 농화(弄花), 조롱조의 글이나 멋을 부린 문장을 짓는 일은 농필(弄筆)이다.

그러나 두 글자 모두 비판적인 폄사(貶辭)로 더 많이 등장한다. 완법(玩法)이라고 적으면 법을 경시해 불법적인 행위를 거리낌 없이 벌이는 경우다. 제 힘만 믿고 남을 무시하면서 설치는 행위는 완병(玩兵)이다.

경솔하게 군대를 움직이면 농병(弄兵), 입을 잘못 놀려 다툼을 일으키면 농구(弄口)다. 권력을 함부로 사용해 남을 윽박지르면 농권(弄權), 또는 농기(弄機)라고 적는다. 남을 못 살게 굴면 희롱(戱弄), 성적으로 그 짓을 하면 성희롱(性戱弄)이다.

“사람을 괴롭히면 덕을 잃고, 제 좋아하는 물건에 탐닉하면 뜻을 버린다(玩人喪德, 玩物喪志)”는 말이 있다. 그 표본이 최근 3대 권력 세습의 의지를 버젓이 표면화하고 나선 북한이다. 국민들은 굶어죽는 판인데, 왕조적인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말이다.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농권의 극치요, 한편으로는 핵무기로 허장성세(虛張聲勢)를 일삼으니 농병이자 완병의 전형(典型)이다.

북한의 수많은 국민을 속이고 있으니 우롱(愚弄)이겠고, 제 혈통에만 권력을 넘겨주니 시대정신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조롱(嘲弄)이다. 결국 이런 행위 모두가 남을 속이고 망치는 농간(弄奸) 아니고 무엇일까.

유광종 중국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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