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폐 디자인 변경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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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현재 사용중인 지폐의 도안을 새롭게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위조지폐 방지를 위해 1만원권과 5000원권에 홀로그램 패치 등 첨단 위폐 방지 기능을 넣고 휴대와 보관이 편리하도록 크기를 조절하며, 지폐에 들어가는 인물을 과학자와 여성 등으로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4일 "기본 도안이 도입된 지 20년이 넘는 현재의 1만원, 5000원, 1000원권 지폐로는 위조지폐 급증세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첨단 위폐 방지 기능을 보강한 새로운 형태의 지폐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떤 구상인가=지난해 발견된 위조지폐는 모두 4353장으로 1998년(365장)에 비해 12배나 증가했다. 특히 올 들어 5000원권 위조지폐가 크게 늘어 1월 한 달에만 608장이 발견돼 지난 한 해 동안 발견된 장수(987장)의 61%에 달하고 있다.

한은은 지폐에 은선을 넣는 등 위폐 방지 대책을 마련해 왔지만, 위조 기술의 발달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한은은 따라서 첨단 위폐 방지 기능이 보강된 새로운 한국은행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권은 83년 도입된 이후 기본 재질과 도안이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의 교체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그동안 추천된 인물은 김구.정약용.장영실.신사임당.유관순 등 근대의 역사적 인물들이다.

새 지폐를 만드는 데는 통상 1년6개월이 걸린다. 한은은 오래전부터 한은권 변경을 추진했지만 재정경제부의 반대로 번번이 구상에 그쳤다. 화폐 변경 승인권이 있는 재경부는 이번에도 "도안의 변경은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보안장치를 추가하는 것은 지금까지 협의해 왔고 앞으로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들은=외국에서는 5~6년 주기로 위폐 방지를 위해 도안 변경을 비롯해 첨단 기능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대표적인 첨단 위폐 방지 수단은 시변각장치와 시변각잉크다. 지폐의 일부분에 부착되는 시변각장치(홀로그램 패치.OVD)는 한 손에 화폐를 들고 조금만 각도를 기울여도 3~5개의 다양한 문양이 나오기 때문에 첨단인쇄장치로도 복제할 수 없다. 시변각잉크는 국내에서는 2000년부터 1만원권의 점자 부분에 사용하고 있으나 크기가 작아 일반인들의 위폐 식별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도 자주 도안을 바꾸고 있다. 2002년 출범한 유로화는 2007년에 새 화폐로 바뀔 예정이다. 미국도 2003년 20달러권, 2004년 50달러권을 바꾼 데 이어 조만간 100달러권 신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시변각장치를 보강한 1만엔권과 5000엔권을 새로 발행하고 5000엔권의 인물을 교체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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