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모두 내 손자처럼 귀중한 아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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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파서 헐떡거리며 병원에 누워있는 아이들을 보면 애처로워 견딜 수가 없어요. 모두 내 손자.손녀처럼 귀한 아이들인데 어쩌다 몹쓸 병에 걸렸는지…."

심장병 어린이 무료 수술 사업을 벌이는 국제로타리 3640지구의 김진열(70) 총재. 그는 "해마다 1000명당 여덟명꼴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진 아기가 태어난다"며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선 정부가 책임지고 이들을 고쳐주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제도가 미흡해 민간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총재가 심장병 어린이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0년. 사정이 딱하다는 얘기를 듣고 한 아기의 수술비를 개인적으로 후원하면서부터다.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지난해 7월 총재로 취임한 뒤 로타리 회원들에게 '심장병 어린이 100명 고쳐주기' 사업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마침 올해가 국제로타리가 창립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후원 목표를 100명으로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125명을 고쳐줬어요. 우리가 돕지 않으면 안 될 아이들이 계속 나타나는데 어쩝니까." 2000여명의 회원들로부터 1억5000여만원을 모금한 김 총재는 앞으로도 이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국제로타리 본부와 일본 로타리지구에도 도움을 청했다.

"회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지요. 경제가 어려운데 정기 회비 외에 특별성금까지 걷었는데도 다들 좋다는 거예요." 김 총재는 혼자서 10명의 수술비에 해당하는 돈을 선뜻 기부한 익명의 회원도 있다고 전했다.

국제로타리 3640지구는 오는 22일 낮 12시부터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심장병 어린이 100명 고쳐주기' 사업의 성공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엔 그간 생명을 선물받은 아이들과 귀한 선물을 준 회원들이 함께 한다.

1992년 7월 국제로타리 활동을 시작한 김 총재는 한국전기통신공사협회 수석부회장.전기통신공제조합 이사장 등을 지냈다. 현재 신원통신공업 회장이며, 한양대 총동문회장도 맡고 있다.

글=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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