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 기획] 上. 출신대별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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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졸업생 수는 9616명이다. 전체 대졸자 26만7058명의 3.6%에 불과하다.

하지만 본지 조사에서 이 3개대 출신의 대기업 신입사원 비율은 18%를 넘는다.

지방 국립대의 경우 대기업 취업자 비율(18.4%)과 전체 대졸자에서 차지하는 비율(18.8%)이 비슷하다. 하지만 지방 사립대를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대기업 입사자가 매우 적은 것이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교수는 "우리 사회의 대학 서열화 현상이 취업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출신대 차별 없다지만=한 기업 관계자는 "명문대에 가점을 주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고교등급제'처럼 보면 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런 장벽을 뚫고 입사한 지방대 출신들은 매우 우수하다. 토익 점수도 950점대"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 전자업체 채용 담당자는 "지방에 생산 거점을 둔 기업은 지역 연고자를 상당수 채용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출신대 차별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사 대상 40개 기업 중 21개사 관계자가 "출신대도 채용 평가 요소로 보고는 있지만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한 참고 사항일 뿐"이라고 답했다.

◆ "실력 있는 사람을 찾다 보니"=한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지방대 출신 지원자는 필기시험에서 대부분 떨어져 면접까지 올라오는 경우가 매우 적다"고 했다.

전경련 이병욱 산업조사실장은 "기업 정보가 부족한 지방대생이 서울 소재 대학 출신자보다 취업 준비가 철저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노동연구원의 정인수 선임연구위원은 "전반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큰 문제"라며 "기업들이 전공 교육 등이 검증된 대학의 출신자를 우선적으로 찾다보니 명문대 출신 합격자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직자들은 지방대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취업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한 취업정보업체의 설문조사에서도 구직자의 70% 이상이 "출신 대학이 취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답했었다.

◆ 지방대도 준비된 인재 많아=지방대의 살 길은 기업의 눈 높이에 맞는 인재가 되도록 학생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실제로 상당수 인사 담당자는 "지방대에도 '준비된' 인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효성 관계자는 "지방대 출신자 중 철저하게 회사를 연구한 지원자가 많다"고 밝혔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지방대 출신은 입사 이후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고 평했다.

고려대 이만우(경영학)교수는 "기업들은 인재 다양화와 지역시장 공략 차원에서라도 지방대 출신을 뽑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탐사기획팀 '대기업 취업'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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